자동차전용도로에서 사고가 난 뒤 안전삼각대를 설치하지 않다가 ‘2차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삼각대를 설치하지 않은 운전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5단독 김수정 부장판사는 동부화재가 운전자 A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2차 사고의 책임은 1차 사고를 낸 두 운전자 모두에게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카니발 차량 운전자 A씨는 2015년 3월 24일 새벽 서울 올림픽대로를 주행하던 도중 앞서가던 화물차에서 떨어진 자갈에 차량 앞 유리가 파손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에 A씨는 카니발 차량을 올림픽대로 4차로에 정차한 뒤, 화물차 운전기사와 사고 뒤처리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화물차 기사는 정차 상태를 알리기 위해 비상등을 켜 둔 상태였다.
그러다 같은 도로를 주행 중이던 또 다른 화물차가 정차된 차량들을 미처 보지 못하고 들이 받는 2차 사고가 발생했다. 뒤 따르던 화물차 운전기사 B씨는 정차된 덤프트럭의 뒷부분을 충돌한 충격으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일주일 뒤 사망했다.
이후 1차사고 화물차의 보험사인 동부화재는 B씨 유족들에게 1억6800여만원을 지급한 뒤,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A씨에게도 사고 책임이 있다"며 보험금의 50%를 내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가 1차 사고 트럭을 정차하게 한 뒤, 2차 사고 예방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사고 원인을 제공했다는 이유에서다.
카니발 운전자 A씨는 "내가 (1차 사고)화물차 운전자를 강제로 정차시킨 것이 아니다"라며 "(2차 사고)피해 차량이 화물차를 들이 받은 사고라 내게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동부화재와 A씨에게 각각 8대 2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불가피한 사정으로 차를 운행할 수 없을 때는 고장자동차 표지(안전삼각대)를 설치한 뒤 차를 다른 곳으로 옮겨 놓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덤프트럭 운전자는 비상등만 켜놓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카니발 운전자 A씨에게도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1차 사고 이후 A씨와 화물차 운전자 모두 안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책임을 분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