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에 위치한 법무법인 '중원'에는 최근 32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하고 변호사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이기광 변호사가 있다. 이기광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5기로, 30여 년간 대구지방법원 판사와 부장판사, 대구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제18대 울산지방 법원장을 끝으로 지난 2월부터 변호사로 근무하기 시작한 그는 법관 당시 약자들을 배려하고 따뜻한 재판을 펼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를 잘 아는 법조계 인사는 "고교 시절 농업 약재 중독이라는 불의의 사고로 뇌 병변 장애 2급이라는 중증 장애를 가지고 살아왔기에 누구보다 약자들의 편에서 그 사람들의 처지를 잘 이해하는 재판을 펼칠 수 있었다"며 "법조계에서는 넉넉한 인품의 판사라는 평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경북 군위의 시골에서 태어나 대물림되는 반복적인 삶에 대한 회의로 겨우 시골을 벗어났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생긴 장애와 3번의 대학진학 실패, 지방대학 출신 장애인 판사가 받는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 등 많은 시련과 위기가 그를 덮쳤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이를 실패와 포기의 핑계로 삼지 않고 오히려 디딤돌로 삼아 열심히 꿈을 향해 노력했다. 그는 그때를 회상하며 "늘 자신을 곁에서 도와주고 응원해준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이 크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변호사는 자신이 현재의 자리에 있기까지 '노력'보다는 '행운'이 앞섰다고 이야기한다. 그도 물론 많은 노력을 했지만, 주위에서 자신보다 더 뛰어난 재능과 자질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행운은 절대로 그에게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시골 출신에 중증장애인, 지방대학 출신이라는 환경과 불안감이 그를 항상 뒤따랐다. 하지만 그는 늘 스스로 부족함을 깊이 깨닫고 그렇기 때문에 더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자세를 잊지 않았다. 또한 재판이라는 무겁고 부담되는 일을 하면서도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기쁨과 보람을 느끼면서 즐겁게 일해왔다. 부족함을 아는 겸허함과 내적 자긍심, 그리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마음가짐은 이 변호사 자신을 이끄는 원동력이자 판사로서 꼭 가져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해왔다.
판사 시절, 그는 법의 판결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고 신중한 판결을 내리기 위해 현장검증을 자주 나갔다. 현장검증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것에 대해 당사자와 대리인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장애인 판사이기 때문에 공정성 없는 재판을 한다든지, 장애인 판사를 만나 부족한 판결을 받았다는 등의 편견을 피하고자 더욱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때론 법적인 판결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재판 후 따로 판사실로 불러 위로하는 것 또한 잊지 않았으며, 장애인들을 위한 화상 전화기, 점자블록, 수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사회적 약자들을 배려하는 것에 힘쓰기도 했다. 그는 늘 판사로서 욕먹지 않는 판사, 나아가 약자의 편에 선 정의로운 재판을 하는 판사, 진실의 편에서 약자의 입장을 살피는 재판을 하는 판사가 되고자 했다.
법무법인 중원에서 변호사로 제2의 삶을 시작한 이 변호사는 이젠 약자의 곁에 서서 '이겨야 할 사건'을 맡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과 도움을 환원하고 재판 결과 때문에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위로하며 치유하는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최근 대구지체장애인 협회 고문 변호사로 위촉되기도 한 이 변호사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판사로서의 삶은 내 인생의 엄청난 행운이었고, 큰 보람과 기쁨을 주었다"며 "우리 사회에 진 큰 빚을 조금이라도 갚겠다는 각오와 감사로 열심히 살아가겠다.
변호사 생활이 안정되면 어려운 상황의 청소년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돕는 새로운 의미 있는 일도 찾아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