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을 '국민을 생산하는 가축'으로 취급하는 출산력 조사를 당장 철회하라."
지난달 31일부터 보건사회연구원 홈페이지에는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1964년부터 출산력 조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1982년부터 3년 주기로 가임기(15~49세) 기혼 여성이 있는 샘플 가구를 직접 방문해 조사한다. 출산력(fertility)은 특정 사회의 평균적인 여성이 어느 정도 출산할지를 의미하는 말로, 이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 출산율이다. 출산력 조사는 임신 횟수, 피임 여부, 산전 검진 여부, 분만 실태 등 출산율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에 대해 살펴보는 조사인 셈이다.
올해는 7~9월 사이 가임기 기혼 여성이 있는 1만 가구를 골라 조사하고 있다. 정부는 기혼 여성 조사 외에 해당 가구에 함께 거주하는 미혼 남녀들의 이성 교제, 결혼, 출산 등에 대한 가치관 조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그러자 보건사회연구원 홈페이지에는 3일 오후까지 출산력 조사를 비난하는 글이 1000개 가까이 쏟아졌다. 예컨대 "여성은 아이를 낳는 기계가 아니다" "이런 조사를 해도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았는데 세금 낭비한 거 아니냐" "여성 혼자서 아이 낳는 게 아닌데 남성의 생식 능력에 대한 조사는 왜 하지 않느냐" 등이다.
한 여성은 "여성의 포궁(자궁)은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며, 임신과 출산은 오로지 자신의 선택으로만 이뤄져야 한다"며 "(국가가) 여성의 임신 가능성을 주기적으로 조사해 책으로 발간하며 여성들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썼다. 다른 여성은 "방문 후 거주자가 없으면 (집 문 앞에) 메모를 남기는 행동은 여성을 온전히 범죄에 노출시키는 행동"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2016년 말 행정자치부가 지역별 가임 여성의 수 등을 표시해 '대한민국 출산지도'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가 비난에 직면했던 것과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소영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력이라는 말이 '출산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이지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는 생물학적인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출산력 조사의 취지도 '아이를 많이 낳아라'고 강요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