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에 관한 생각 프로젝트
마이클 루이스 지음 |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416쪽 | 1만8500원

"아모스는 흡연이라면 질색했고, 담배 피우는 사람 근처에도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대니는 하루에 담배 두 갑을 피웠는데도 아모스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대화였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그의 단짝 동료이자 의사 결정 연구에 탁월한 성과를 남긴 아모스 트버스키. 둘은 인간을 편향에 빠뜨리는 머릿속 속임수에 주목해, 모든 판단과 결정에는 ‘이성’과 ‘합리성’이 아니라 ‘심리’와 ‘감정’이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행동경제학으로 발전한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공동 연구는 ‘생각에 관한 생각’으로 출간돼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두 천재 심리학자의 공동 연구엔 어떤 뒷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대니얼 카너먼은 어렸을 때 홀로코스트를 겪었고, 아모스 트버스키는 거드름을 피우기 좋아하는 이스라엘 토박이였다. 카너먼은 항상 자기가 다르다고 확신했고, 트버스키는 항상 자기가 옳다고 확신했다. 트버스키는 비논리적인 주장에 철퇴를 가했고, 카너먼은 비논리적인 주장을 들으면 ‘거기에서 어떤 진실이 있을까?’라고 물었다.

성향이 극과 극인 두 사람은 1969년 봄 히브리대학 한 강의실에서 만난 후 훌륭한 단짝이 되었다. 워낙 긴밀히 협력한 탓에, 어떤 아이디어가 처음 누구에게서 나왔는지, 그 공을 누구에게 돌려야 할지 분간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첫 번째 공동 논문을 낼 때 동전 던지기로 대표 저자를 정했고, 이후 논문에서는 번갈아 가며 대표 저자에 이름을 올렸다.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나눈 지적 교감은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기존의 주류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엎는 혁신을 이루어냈다. 카너먼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행하는 인간의 판단과 선택’을 설명한 놀라운 연구 성과인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으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는데, 사실상 1996년에 전이성 흑색종으로 세상을 뜬 트버스키와의 공동 수상이나 다름 없었다.

tvN의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 2’에서 장동선 박사가 ‘상생이 맞는 조합’의 한 쌍으로 소개했듯, 카너먼과 트버스키는 함께 했기에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 사색적인 카너먼이 그의 복잡한 머릿속에서 아이디어들을 쏟아내면, 트버스키가 그것들을 구체화하고 이론화하는 데 앞장섰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의 태두인 두 사람의 파트너십이 빚은 휴먼 드라마를 ‘머니볼’ ‘빅숏’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가 극적으로 엮은 드라마다. ‘스키너의 심리 상자’로 널리 알려진 행동주의 심리학의 제왕 스키너부터 201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까지, 행동경제학이 탄생하는 과정에서 이 둘과 인연을 맺은 인물들이 등장해 생동감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