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린 '안전상비 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 6차 회의에서 제산제(制酸劑·위산 억제약)와 지사제(止瀉劑·설사 치료약)를 안전상비 의약품에 추가해 편의점에서 팔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고 보건복지부가 밝혔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어떤 품목을, 언제부터 팔지에 대해선 결정하지 못했다. 심의위에서 제산제 중 겔포스를 팔지, 알마겔을 팔지 등 세부적인 품목을 정해야 편의점 판매가 가능해진다.

지난 2012년 11월부터 24시간 운영 편의점에선 13개 품목의 안전상비 의약품(감기약 2종, 해열진통제 5종, 소화제 4종, 파스 2종)을 팔고 있다. 해열진통제는 '타이레놀정 500㎎', 소화제는 '베아제정'처럼 구체적인 품목이 정해져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앞으로 의약 전문가의 '안전성 기준 적합 여부 검토' 등을 거쳐 제사제·지사제 중 품목만 결정하면 된다"며 "제산제는 겔포스와 알마겔 중 1종, 지사제는 스멕타를 안전상비 의약품에 추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반면 대한약사회는 "세부적인 품목이 결정되지 않았으니 사실상 제산제·지사제 추가 여부도 결정된 것이 아니라 7차 회의에서 다뤄질 사안"이라고 했다.

이날 심의위에선 제산제와 지사제를 1종씩 추가하는 대신 현재 편의점에서 파는 소화제 4종 가운데 2종을 제외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약사회는 해열진통제 5종 중 '타이레놀정 500㎎'을 제외하자고 제안했다. 약사회는 "타이레놀정 500㎎은 술을 마신 뒤 복용하거나 하루 여덟 알 넘게 먹었을 경우 간 손상 등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복지부는 지난해 3월 안전상비 의약품 지정심의위 첫 회의를 열면서 '6개월 정도면 결론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17개월이 지나도록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 개정 등이 필요한 사안이 아닌데도 복지부가 품목 추가를 결정하는 데 지나치게 오래 시간을 끌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복지부가 약사회 눈치만 보면서 결정을 미루고 있다"면서 "화상 연고도 안전상비 의약품에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