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펭귄’ 다음으로 큰 몸집을 가진 펭귄종 ‘킹 펭귄’이 가장 많이 모여 살던 섬에서 킹 펭귄 개체수가 30년 만에 88% 감소했다.

프랑스 쉬제생물연구센터(CNRS)는 인도양과 남극 사이에 있는 프랑스령 피그섬에서 킹 펭귄 개체수가 1980년대 초 200만마리에서 2016~2017년 20만마리로 88% 줄었다고 7월 30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인도양의 피그섬에 살던 킹 펭귄.

1982년 과학자들이 마지막으로 찾아갔을 때만 해도 이 섬은 킹 펭귄이 모여 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서식지였다. 모든 펭귄종을 통틀어서도 두 번째로 큰 펭귄 서식지였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2016~2017년 이 섬을 다시 찾았을 때 킹 펭귄 군락은 무너져 있었다. 과거 50만쌍에 달하던 번식 가능 쌍은 6만쌍으로 줄었다.

남극과 인도양 사이에 있는 피그섬(빨간 원 표시).

킹 펭귄은 머리와 목 부분에 주황색 빛을 띄며 키가 1m에 달한다. 남극에서 수백 km 떨어진 피그섬의 온난한 기후에서 살았다.

피그섬에서 개체수가 크게 감소한 구체적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주변 섬에 서식하는 펭귄 수는 별로 줄지 않은 상황을 감안할 때, 특이한 사례란 해석이 나온다.

1982년 킹 펭귄 200만마리가 살던 피그섬의 모습(왼쪽)과 2016년 12월 30일 킹 펭귄 무리를 찾아보기 어려운 피그섬의 모습.

엘니뇨 등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킹 펭귄 개체수는 1990년대 말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인도양 남부에서 엘니뇨(난류의 급격한 유입으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가 일어난 때와 겹친다. 서식지가 초목으로 덮인 것도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조류 콜레라 등 질병, 침략종 유입, 개체수 증가에 따른 경쟁도 가능한 원인으로 꼽힌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킹 펭귄을 ‘멸종 위기종 목록’에서 ‘멸종이 우려되지 않는 상태’로 분류하고 있지만 최근 나온 연구들은 멸종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