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방송인 김제동〈작은 사진〉을 메인 앵커로 기용해 KBS 1TV 주중 심야 시간대 방송하는 뉴스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KBS 보도국을 중심으로 프로의 성격과 방송 시간에 대한 이견(異見)이 커 잡음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여권 성향 인사들이 주요 시사 프로 진행자로 나선 데 이어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성향을 숨기지 않아온 방송인 김제동에게 뉴스 프로 진행을 맡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커서 파장이 예상된다.
KBS 관계자는 31일 "최근 PD들이 제작하는 '김제동 더 라이브'(가칭)란 제목의 프로를 매주 월~목 밤 11시부터 30분씩 방송하는 것을 기획하고 있으며, 진행자로 김제동을 섭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제동 측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출연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프로그램 성격은 현장 중계와 인터뷰, 미니 토론, 소셜미디어와 연계된 라이브 토크 등을 결합한 이른바 '뉴스 쇼' 형태로 알려졌다. KBS 관계자는 "취재 기자와 앵커로 구성된 기존 뉴스 포맷을 벗어난 형식으로 시사교양 PD들이 제작한다"면서, "다만 아직 내부적으로 부서 간 조율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했다.
KBS 내부에선 보도국의 반발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편성 시간대가 주중 밤 11시로 기존 KBS1 채널에서 방송되는 '뉴스라인'을 폐지하거나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한 탓이다. KBS 기자협회가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 등 기자 직군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KBS 관계자는 "기자들 주축인 보도국이 제작해온 뉴스라인을 PD들이 만드는 시사 프로가 대체하는 건 조직 내부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해당 프로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해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KBS 간부급 직원들이 참여하는 공영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해당 뉴스 프로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없다'는 취지의 프로를 만들어 논란을 불러일으킨 PD가 실무 책임자"라며 우려를 표했다. 프로그램 기획안에 따르면 지난 3월 28일 방송된 추적 60분 '8년 만의 공개, 천안함 보고서의 진실' 편에서 천안함 좌초설과 잠수함 충돌설을 주장하는 내용을 소개해 논란을 일으켰던 강모 PD가 제작진 책임자로 명시돼 있다.
공영노조는 김제동 기용에 대해서도 "자칫 KBS가 '뉴스도 개그와 코미디같이 한다'고 조롱받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한 "KBS는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시사 투나잇'류 프로가 편파 시비를 많이 일으켰던 것처럼 특정 진영 위주의 뉴스를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