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시에 거주하는 고등학생 A(16)군은 지난 6월 말 한 차량 공유 서비스(카셰어링) 업체인 '쏘카'에서 승용차를 빌렸다. A군은 시내로 차를 몰고 다니다 타이어가 터지자 차를 버리고 달아났다. 운전면허가 없는 미성년자가 차를 빌려 몰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사람 '아이디(ID)' 때문이다.

A군은 한 온라인 대출 사이트에 '쏘카 아이디를 빌려주면 수고비 5만원을 주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를 본 정모(24)씨가 A군에게 아이디를 넘겼다. A군은 정씨의 아이디를 자기 스마트폰에 입력해 차를 몰 수 있었다. A군은 정씨 말고도 성인 8명으로부터 아이디를 빌려 차를 몰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카셰어링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차를 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는 공유(共有) 경제의 대표적 업종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카셰어링으로 등록된 차량은 1만2000여 대, 등록 이용자는 480만명에 달한다.

문제는 카셰어링 시장은 매년 커지고 있지만 사용자 관리는 허술하다는 점이다. 업체들이 최초 사용자 등록할 때만 운전면허증 인증을 할 뿐 다음번 이용 때부터는 아이디만 있으면 차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전면허가 없는 미성년자나 운전 미숙 등의 이유로 업체 약관상 차를 빌릴 수 없는 사람들이 차를 몰다 사고를 내는 경우도 나온다. 전북 정읍시에 사는 김모(20)씨는 지난 5월 말 카셰어링 업체에서 빌린 BMW를 몰다가 전신주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차는 폐차됐다. 김씨는 운전면허를 딴 지 1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업체 약관상 차를 빌릴 수 없다. 하지만 인터넷에 글을 올려 2만원을 주고 아이디를 빌렸다.

온라인에서는 다른 사람의 카셰어링 아이디를 빌리고 빌려주는 일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본지 기자가 '아이디를 빌려준다'는 글을 올리자 반나절 만에 '미성년자인데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놀러 가기 위해 차가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 수수료로 5만원을 내겠다고 했다. 그는 '사흘 전에도 아이디를 빌려 문제없이 차를 쓰고 반납했으니 믿고 빌려달라'고 했다.

쏘카는 지난해 4월부터 회원 가입 때 휴대전화 본인 인증과 면허증 정보를 경찰청 시스템과 대조하는 2단계 인증 절차를 추가했다. 하지만 가입 과정에서만 무자격자를 걸러낼 뿐 아이디를 빌려 쓰는 경우에는 소용없었다.

본지 기자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와 '그린카' 아이디를 빌려 차량을 빌려보니 로그인부터 차량 운행까지 단 한 차례도 본인 인증 절차가 없었다. 쏘카 측은 "가입 때 등록한 스마트폰 외 다른 기기에서 로그인할 경우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디를 빌려주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가 나면 민사상 책임은 애초 아이디를 빌려준 사람이 진다. 반면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중상 같은 형사적 책임의 경우 아이디를 빌려준 사람은 지지 않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무면허 운전자의 차가 돌아다니게 하는 아이디 대여자들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