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이런 곳에서 만나자고 하는 거요?" "동경의 남녀들은 다 이런 곳에서 만나오."

21일 방송된 tvN '미스터 션샤인' 5화. 여주인공 고애신(김태리)이 자신을 글로리 빈관(호텔)으로 부른 정혼자 김희성(변요한)에게 약속 장소를 따져 묻자, 카메라는 테이블 뒤편에 적힌 'DALKOMM COFFEE'란 글자를 비췄다. 테이블 위엔 궁서체로 '달-콤 커피'라고 적힌 냅킨도 놓여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달콤커피'의 간접광고. 방송 직후 이 업체는 극의 배경인 구한말 콘셉트에 맞춰 커피 가루를 둥글게 굳혀 만든 '가배당', 국화 꽃잎을 띄워 마시는 '국화차' 등의 메뉴를 선보였다.

지난 8일 방송된‘미스터 션샤인’에서 주인공 이병헌이 CJ ENM 제품인 찻잔을 들어 보이는 모습. 극의 흐름과 관계없이 그는“혹시 이 잔이 유행이오?”라는 대사를 던졌다.

시청률 10%로 올라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사극은 PPL(Product Placement·간접광고)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있다. 시청자들 사이엔 '숨은 PPL 찾기'가 일종의 놀이처럼 이뤄지고 있다.

극 중 사대부의 딸로 나오는 고애신이 저잣거리에서 '눈깔사탕'을 즐길 때면 '불란셔 제빵소'라는 이름이 항상 등장한다. 가게 문에 붙은 에펠탑 그림이 눈에 익다 싶을 즈음 제과업체 '파리바게뜨'의 간접광고란 사실을 눈치 챈다. 요즘 이 브랜드는 '조선 제일의 맛! 불란셔 제빵소!'라고 홍보하며 불란셔 쑥떡, 카스텔라, 감자빵, 꽃빙수 같은 상품을 내놨다.

PPL이 시대극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일 방송에선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가 차를 마시려 찻잔을 들다 말고 "혹시 이 잔이 유행이오?"라는 대사를 했다. 뜬금없는 대사에 시청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유진 초이가 든 잔은 CJ ENM이 만든 그릇 브랜드 '오덴세' 제품으로 극 중 그릇이 나오는 장면마다 등장한다. 소셜미디어에는 "400억원가량의 제작비 때문에 간접광고를 피할 순 없겠지만 최소한 극의 흐름을 방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스타 작가인 김은숙은 전작에서도 PPL 논란을 겪은 바 있다. tvN '도깨비'에서는 도깨비 김신(공유)이 "나도 직업이 있었다"며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숙취해소제를 팔고, 특정 브랜드 매장에서 향수를 뿌리는 등 노골적으로 후원사를 광고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KBS '태양의 후예' 때는 서대영(진구)과 윤명주(김지원)가 메인 스폰서인 현대자동차에 올라타 자동 주행 기능을 켜놓고 키스하는 장면에서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과 함께 'PPL의 후예'라는 비아냥거림을 받았다. 정석희 TV평론가는 "몰입을 방해할 정도의 PPL은 시청자에 대한 기만인 만큼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