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금속성의 기타가 굿거리장단을 연주하는 드럼을 휘감아 돈다. 중얼거리는 보컬은 흡사 주문 외는 무당 같다. 정작 그 손에 들린 건 오방색 리본 매단 방울이 아닌 베이스 기타. 빙글거리는 굿판인가 싶다가도 홱 뒤집혀 할리우드 영화의 자동차 추격신 같다. 3인조 밴드 '아시안 체어샷(아체샷)'의 새 앨범 '이그나이트(Ignite)' 타이틀곡 '빙글뱅글'을 듣다 보면 이런 그림이 떠오른다. 이들은 신중현―산울림―김수철―무당의 계보를 잇는 '가장 한국적인 록 밴드'다.

최근 만난 아체샷 멤버 황영원(보컬·베이스), 손희남(기타), 이용진(드럼)은 "다들 국악 배운 적도 없고 의도한 것도 아닌데 늘 그런 평이 따라붙는다"고 했다. "다만 록 음악도 사물놀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마당놀이 음악이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의식중에 있잖아요. 그걸로 격투기의 체어샷(chairshot)처럼 세계시장에 아시아적 쇼크를 주고 싶다는 뜻이죠."

최근 두 번째 앨범 ‘이그나이트’를 내놓은 록밴드 아시안체어샷. 이들은 서양 악기만을 이용해 가장 한국적인 록을 들려준다. 왼쪽부터 손희남(기타), 황영원(보컬·베이스), 이용진(드럼).

철저히 인디음악계에 머물던 이들은 2015년 TV 밴드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며 이름과 얼굴을 알렸다. 서양 악기로 한국적인 정서를 표현해 호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그 후 앨범이 나오기까지 3년이나 걸렸다. "방송 끝나고 4개월 뒤 드러머가 나갔어요. 활동할 무대 찾기 어려운 건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18년을 함께한 동료와의 헤어짐이었다. 황영원은 "팀 정비에만 1년이 걸렸다"면서 "나도 덩달아 좀 지쳤다"고 했다. "먹고사는 데 지장 없는데도 늘 '얘네 30대 중반인데 아직도 이러고 있네'란 말이 들려요. 돈 얼마나 버느냐로 음악적 성공을 평가받는 시대니깐요."

새 드러머 이용진이 들어와 다시 활력을 찾았고 다시 곡을 쓰기 시작했다. 동시에 지난 1년간 영국, 스페인, 일본, 벨기에 등 록 밴드 공연 기회가 많은 해외 무대를 적극적으로 찾아다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영국의 한 클럽 사장님은 '이런 게 진짜 록 밴드 음악'이라며 영국 애들한테 '보고 좀 배우라'고 훈계까지 하더라고요. 우린 록의 종주국인 영국 음악을 듣고 자랐으니, 자부심을 느꼈죠."

이들은 "그래도 국내 무대에 더 많이 서고 싶다"고 했다. "대중성은 시대 따라 바뀌는 거죠. 메탈리카 앨범이 천만 장 팔리던 때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돈이 음악을 좌지우지하고 사람들이 돈 되는 음악만 만들고 또 듣는 게 섭섭하죠." 황영원은 이를 "김밥천국에서 무조건 칼국수만 먹게 하는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손희남은 "록 페스티벌마다 사람이 북적이는데 정작 록은 인기 없다"면서 "세계적인 록 밴드는 작은 관심에서 탄생되는 것"이라고 했다. "기회를 주세요. 록이 얼마나 멋있는 건지 제대로 보여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