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주말 강남 한복판서 '상의 탈의' 시위
"여성 가슴 사진 삭제한 페이스북 규탄"
경찰 이불로 시위 참가자 몸 가리며 실랑이
시민들 "사회 통념 어긋나" VS "표현의 한 방법"

주말인 2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 10명이 갑자기 상의를 벗기 시작했다. 이들의 복부·등에는 한 음절씩 글자가 적혀 있었다. “내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는 글귀였다.

마스크, 가면,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이들은 “너만 까냐 나도 깐다” “브라없는 맨 가슴을 꿈꾼다” “찌찌가 별거냐”라고 적힌 피켓을 들어 보였다. 이들의 갑작스러운 누드시위에 시민들이 걸음을 멈췄다.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페이스북의 성차별적 규정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에서 상의 탈의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전에 예고된 이들의 ‘누드 시위’는 이불을 지참한 경찰에 의해 제지됐다. 시위 참가자들은 “억압하지 말라” “경찰은 왜 내 몸을 가리느냐”면서 고함 질렀다. 여경들과 10여분간 실랑이 벌인 끝에 이들은 다시 상의를 입었다.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페이스북코리아 사옥(社屋) 앞을 시위장소로 택한 이유가 있었다. 소셜미디어(SNS) 업체 페이스북은 규정상 여성의 반라(半裸) 사진을 삭제하고 있는데, 불꽃페미액션은 이것을 ‘남녀차별’로 보기 때문이다. 이들은 “페이스북이 남성의 상반신 사진은 그대로 놔두면서, 여성의 (가슴) 사진만 삭제하고 있다”면서 “이는 여성의 나체를 ‘음란물’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나체도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페이스북 측이 ‘불꽃페미액션’ 계정에 올라온 회원들의 상반신 사진을 삭제한 것이 이번 시위를 촉발한 계기였다. 이 단체는 지난달 ‘월경 페스티벌’ 행사에서 진행한 ‘상의 탈의 퍼포먼스’ 이미지를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는데, 페이스북 측이 5분 만에 게시물을 모두 삭제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여기에 더해 “나체 이미지 또는 성적 행위에 관한 페이스북 규정을 위반했다”며 ‘불꽃페미액션’ 계정의 사용을 1개월 정지하는 처벌까지 내렸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은 “찌찌가 별거냐” “너만 까냐 나도 깐다” “브라 없는 맨 가슴을 꿈꾼다”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불꽃페미액션은 이 같은 페이스북의 ‘차별적 규정’을 규탄하기 위해 이날 누드 시위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페이스북이 여성의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 혐오’라는 것이다.

시위를 지켜본 시민들은 대체로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직장인 김희진(32)씨는 “ 불만은 이해하지만, 주말 시내 한복판에서 가슴을 드러내는 시위는 과한 것 같다”며 “어린이들도 강남 거리를 지나간다는 점은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양모(25)씨도 “사회 통념상 여성의 가슴과 남성의 가슴은 차이가 있지 않느냐”면서 “페미니스트라는 이름의 저런 시위는 자제하면 좋겠다”고 했다.

‘사회적 편견에 경종을 울리자’는 취지에 공감한다는 시각도 있다. 직장인 고모(27)씨는 “남자 탈의 사진뿐만 아니라 여자 탈의 사진도 성적 편견 없이 바라봐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한다”며 “이런 시위도 표현의 한 방법이고,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상의 탈의 시위 참가자들에게 공연음란죄 등을 적용해 처벌할지 검토할 방침이다. 불꽃페미액션 측은 “경찰이 체포하려고 하는 것이 어이가 없다”며 “앞으로도 이 같은 퍼포먼스를 해나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2일 ‘누드 시위’ 참가자들이 여성 반라(半裸) 사진을 삭제한 페이스북을 규탄하기 위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