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까지 9535마일(약 1만5300㎞)을 18시간 45분에 걸쳐 직항(直航)하는 세계 최장 노선이 오는 10월 11일 개통된다. 싱가포르항공은 5월 30일 "에어버스사의 신형 A350-900 ULR(ultra long range·초장거리) 기종을 이 노선에 투입해 주 3회 운항하고 곧 매일 운항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카타르항공의 카타르 도하~뉴질랜드 오클랜드 노선(9032마일·17시간 40분)이 제일 길었다. 인천~뉴욕 간 노선은 6906마일(1만1115㎞)이다. 싱가포르항공은 2004~2013년에도 A340-500 기종으로 이 논스톱 노선을 운영했지만 경제성을 이유로 이후 중단했다.
보통 초장거리 노선이라 하면 8000마일·15시간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10년 전엔 10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3개에 달한다. 엔진 효율성이나 동체 소재 기술이 발달해 보잉과 에어버스가 초장거리용 신형 여객기들을 잇달아 선보였고 항공유 가격도 내려갔기 때문이다.
A350의 동체와 날개는 가벼운 탄소섬유(CFRP) 소재다. 기존 여객기는 알루미늄이었다. 또 4개의 엔진을 갖춘 기존 장거리 여객기와 달리 A350이나 보잉사의 787 드림라이너, 777-8 기종은 엔진이 2개다. 엔진 효율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A350-900 ULR의 연료탱크도 A350 표준형보다 2만4000L가 늘어난 16만5000L로, 1만1100마일을 날 수 있다.
하지만 이 최장 노선의 성공 여부는 무려 19시간 가까운 비행의 쾌적함을 어떻게 보장하느냐에 달렸다. 이 노선은 이코노미클래스 없이 완전히 180도로 젖혀지는 67석의 비즈니스클래스와 다리 공간이 더 크고 좌석 폭이 넓은 94석의 프리미엄 이코노미클래스 등 모두 161개 좌석만 제공한다.
기내 압력은 기존 장거리 여객기(8000피트 상공 수준)보다 훨씬 낮은 6000피트(1820m) 상공 수준으로 유지된다. 따라서 더 많은 산소가 공급되며, 매 2~3분 공기를 완전 재순환·정화해 피로감을 덜어준다. 부식에 강한 탄소섬유 동체 덕분에 습도도 인체에 좀 더 쾌적하게 올릴 수 있다. LED 조명은 기상과 수면 시간에 맞춰 모두 24가지 밝기로 서비스된다. 또 온도를 섭씨 15~20도로 유지해 인체 심부온도(深部溫度) 저하로 인한 수면을 유도한다.
초장거리 노선은 식사 제공 방식도 일반 노선과는 다르다. 호주 퍼스~런던 17시간을 논스톱 운항하는 콴타스항공은 기내식 제공을 처음부터 목적지 시간에 맞춘다. 참치 샐러드류와 허브 티같이 안락함을 주는 가벼운 식단과 수면을 돕는 트립토판이 들어간 핫초콜릿 음료를 제공한다.
싱가포르~뉴어크 세계 최장 노선의 항공료는 미정(未定)이다. 하지만 이 노선과 경쟁하는 항공사들이 쾌적한 경유지 환경과 좌석 업그레이드 등의 혜택을 제공하면 이 최장 노선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항공 전문가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