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저림과 어지럼증은 누구나 한번은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다. 순간적인 혈액순환 장애로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심각한 질병의 전조 증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박진규 PMC박종합병원 대표원장(신경외과전문의)은 "손과 발은 굵은 혈관이 부채처럼 뻗어 있는 신체기관으로, 말초혈액순환 문제로 손발 저림이 나타나는 일은 드물다"면서 "이런 증상이 나타날 경우 중추 신경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경추 척수신경병증'이나 뇌혈관질환의 하나인 '뇌졸중' 등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령일수록 신경외과를 찾아가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손발 저림 일으키는 '경추척추증'…조기 치료가 중요
경기 평택에 사는 김모씨(남·37)는 6개월 전부터 양쪽 손발이 저린 증상을 겪곤 했다.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 근처 한의원에서 침도 몇번 맞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침대에서 내려오다 넘어졌는데 팔다리에 찌릿함을 느끼며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김씨는 심뇌혈관센터가 있는 인근 병원에 응급 후송돼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이름도 생소한 '경추척추증' 진단을 받았다.
경추척추증은 경추(목뼈)가 웃자라 주변의 혈관과 신경을 압박하면서 이상이 생기는 병이다. 경추척추증 중에서도 중추 신경인 '척수'가 눌리는 경우를 '경추 척수신경병증'이라고 부른다.
경추척추증은 얼핏 목 디스크와 비슷하지만, 목의 통증이 거의 없고 저린 증상도 심하지 않다.
박진규 원장은 "경추척추증은 인구의 10%가 경험하는 비교적 흔한 질병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어지럼증과 두통, 손발 저림, 뒷머리나 목이 뻣뻣해지는 증상, 어깨 주변의 통증 등이 경추척추증의 대표적인 증상이라는 것. 목을 뒤로 젖히면 증상이 더 악화되기도 하며, 심한 경우 팔에 힘이 빠지고 모래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다.
경추척추증 진단을 위해서는 신경외과에서 MRI로 병변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경추척추증 초기에는 물리치료나 재활치료를 받지만, 중추 신경이 눌린 척수신경병증의 경우엔 수술 외에 치료법이 없다. 이 경우 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골극(뼈가시)을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박진규 원장은 "경추척추증을 계속 방치할 경우 증상이 심해지면서 보행장애와 전신마비 등이 발생해 일상생활이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조기에 진단해 치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쪽 손발 저리면 '뇌졸중' 의심해야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의 전조 증상으로 손발 저림이 나타나기도 한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허혈성) 터져서(출혈성) 생기는데, 앞서 설명한 경추척추증과 달리 '한쪽' 팔다리에만 저림이나 마비 증상이 나타난다. 뇌졸중이 오면 뇌에 혈류 공급이 중단되고 뇌 세포가 죽어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남긴다.
박진규 원장은 "한쪽 손발이 저리거나 힘이 없는 경우, 말을 하기가 불편한 경우,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걸음걸이가 비틀거리는 경우, 급격하게 눈이 침침해지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경우, 갑작스러운 두통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뇌졸중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다"면서 "이럴 땐 가능한 한 빨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뇌 혈류가 일시적으로 부족해 발생하는 '일과성 뇌허혈증'도 조심해야 한다. 뇌졸중과 똑같이 손발 저림, 두통, 어지럼증으로 시작해 반신 마비, 감각이상, 안면마비 등의 증상으로 이어지지만 대개 후유증 없이 24시간 이내에 완전히 회복된다. 박진규 원장은 "일과성 뇌허혈증은 뇌졸중이 올 수 있다는 '경고'나 마찬가지"라며 "즉시 병원을 방문해 뇌 MRI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뇌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게 좋다. 혈관질환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조기 진단을 통해 발병 원인을 알아낼 필요가 있다. 심재현 PMC박종합병원 뇌혈관센터장은 "심뇌혈관계 질환이 발생했을 때 신속히 응급실을 찾는 등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환의 위험요인을 미리 확인해 예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고령, 고혈압, 당뇨병, 흡연, 비만, 스트레스, 고지혈증, 운동부족 등은 심뇌혈관계 질환 발병을 앞당기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한편, 경기 평택 북부의 유일한 응급의료기관인 PMC박종합병원은 최근 경기 남부권의 의료 서비스 수준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2017 메디컬코리아 대상'을 받았다. 또한 박진규 원장은 우리나라 개원의 최초로 대한말초신경학회 제10대 회장(2018∼2019)에 취임했다. 대한말초신경학회는 전신 신경을 전문으로 다루는 학술단체로, 그동안 대학병원 교수들이 회장직을 맡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