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다이아몬드거래소에 전시된 다양한 제품들.

"그대, 진심이라면 꽃보다는 보석을 주세요/ 꽃이 예쁘지 않아서가 아니랍니다/ 시드는 꽃잎이 나를 슬프게 해요…."

중세 독일의 어느 음유시인이 불렀던 가사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꽃을 받는 것도 아니었다. 잔칫집을 떠돌며 노래를 부르고 와인 한 잔과 빵 한 조각 얻어먹는 여인에게 꽃을 줄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아니었다. 보석을 소망한 것은 여자였기 때문이었을까? 지난 2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강릉과 서울에서 공연하였다. 단원들의 목걸이·팔찌·귀걸이가 다양했고 아름다웠다. 사회주의 국가 여성들의 보석 사랑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왜 여성들은 보석을 좋아할까? 아름다운 데다가 불멸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예쁜 꽃이라도 보석을 따라잡을 수 없다. 또 보석이 끼치는 심리적·생리적 영향에 대해서는 동서고금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되었다. 청나라 말 최고 권력자 서태후(1835~1908)는 매일 진주를 갈아서 갓 출산한 산모의 젖과 함께 마셨다. 덕분에 70세에도 30~40대 여인의 피부를 가졌다고 전해진다. 최근 '게르마늄 팔찌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가짜 뉴스'라는 보도가 있었기에 실제로 그랬는지는 의문이다.

보석의 풍수 활용은 우리보다 외국에서 더 활발하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인테리어·건축 디자이너들은 보석(혹은 보석 원석)들로 아름답게 장식하면 집안의 운을 향상시킬 수 있다며 다양한 보석 종류와 배치 방법을 소개한다. 일본 역시 적극적이며 실용적이다. 지난해 가호우 세이주(華寶世珠)란 작가가 '다이아몬드 풍수'(ダイヤモンド風水)라는 책을 출간하였는데, 일본인다운 재빠른 상술이다. 책의 요지는 이렇다.

'여성에게 가장 인기 많은 보석이 다이아몬드이다. 지하 150㎞, 1500도 온도, 10만 기압에서 형성되는 오래된 파워 스톤(power stone)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여성 본능이 다이아몬드를 선택하게 한다. 아니, 다이아몬드가 사람을 선택한다. 따라서 다이아몬드를 지닌 사람은 선택된 인간이다.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다니면 자신과 가정의 운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일본 여성들이 결혼반지로 다이아몬드를 선호하는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동시에 장롱 서랍에 묻어두는 비율이 85%나 된다. 가사·육아에 방해가 된다거나 일상에서 패용하기에 너무 귀하다는 이유이다. 잘못이다. 다이아몬드는 밝은 곳에서 빛나게 해야 한다. 닳을수록 더 빛이 난다. 그와 비례하여 '친구는 친구를 부른다(類類相從)'는 법칙에 따라 다이아몬드 소유자의 잠재능력과 매력을 강화시켜준다. 연애·사업·미용·금전운을 향상시키는 데 이보다 좋은 것이 없다.'

이 주장은 다이아몬드 시장 홍보가 목적일 수도 있다. 그런데 "세계 다이아몬드 시장에서 미국이 50%, 일본이 25%, 한국이 4%를 차지하고 이어서 중국·인도 등의 소비량이 급증하는 추세"(강승기 한국다이아몬드 거래소 대표)라는 통계를 감안하면 단순한 홍보로 보기는 어렵다.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한국 역시 다이아몬드를 포함한 보석의 가공·유통·생활화가 필요한 때이다. 보석 산업은 미래 한국의 주요 성장산업이 될 수 있다. 서울 종로에 보석가게들이 즐비하다. 가끔 지나가면서 눈요기를 한다. 호남고속도로 익산IC 근처에 '보석박물관'이 있다. 근처 삼례에 직장이 있는 필자는 가끔 들러 보석들을 구경한다.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다. 4월의 탄생석이 다이아몬드이다. 4월은 어두운 장롱 속 다이아몬드를 밝은 세상으로 드러내는 화려한 계절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