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고 보면 그냥 멋진 풍광이지만 역사를 알고 보면 돌멩이 하나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법이다. 남불(南佛) 마르세유 북쪽, 자동차로 1시간 거리 '메랭돌'이란 곳이 있다. 폐허가 된 성벽이 있는 이 작은 마을은 1545년 4월 '발도(Waldo)파'로 불린 개신교인들이 가톨릭 군대에 의해 집단 순교한 곳이다. 성벽엔 발도파 후손들이 1978년 설치한'용서하되 잊지 말라'는 명패가 설치돼있다.
지난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독일과 스위스의 종교개혁사와 유적지는 많은 조명을 받았다. 그러나 프랑스의 위그노, 영국의 청교도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종교개혁사 전문가인 장로교신학대 박경수 교수가 최근 펴낸 '개혁 교회, 그 현장을 가다'(대한기독교서회)는 위그노와 청교도를 집중 조명한다. 루터와 칼뱅의 발자취를 정리한 '종교개혁, 그 현장을 가다'(2013)의 후속편 격이다.
프랑스와 영국의 종교개혁은 순탄치 않았다. 개신교 신앙은 허락과 금지가 반복됐고, 그때마다 피를 뿌렸다. 위그노의 근거지였던 프랑스 서해안 도시 라로셸은 1628년 가톨릭의 공격으로 2만5000 인구가 1500명으로 줄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마침내 1685년 '가톨릭 개종'과 '2주 내 출국' 양자택일을 강요당하고 약 30만명의 위그노가 유럽 전역으로 종교 자유를 찾아 떠났다. 기술과 자본을 가진 위그노들의 망명이 100년 후 프랑스대혁명의 원인(遠因) 중 하나라는 평가도 있다.
영국의 경우도 성공회(聖公會)와 장로교 그리고 청교도는 각각 어떤 역사적·정치적·신학적 배경에서 탄생했으며 서로 구분되는지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