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시즌을 맞은 대학가에선 꽃다발만큼 화환(花環)을 장식하는 띠가 특수를 맞았다. 비싼 꽃 대신 화환이나 꽃바구니에 다는 띠만 사가는 손님이 많다. 결혼식장에서 볼 법한 형형색색 기다란 화환 띠에 재밌는 문구를 적어 자기 몸에 두르고, 지인의 졸업식장을 찾아 축하해준다. 자신이나 졸업자의 몸에 둘러 '인간 화환'을 만드는 것이다.
비싼 꽃값을 감당하기 힘든 젊은 층이 주로 찾는다. 화환 띠는 크기나 색상, 글자 수에 따라 5000원 안팎에 팔린다. 3만~5만원인 꽃다발보다 훨씬 저렴하다. 대학생 김도현(23)씨는 "축하해 줄 사람은 여럿인데 꽃다발을 일일이 주기엔 부담된다. 화환 띠 여러 개를 만들어 졸업식장에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금세 시드는 꽃다발과 달리 대학 생활 마지막을 기념하고 '선물' 역할도 한다. 화환 띠에는 졸업식 주인공을 생각해 적은 문구가 들어간다. 지난 20일 서강대 졸업식에서 조수근(25)씨는 학사복 위로 '작년엔 서강대 게임 전설, 올해는 서울대 연구 노예'라 적힌 띠를 두르고 동아리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다. 후배들이 조씨가 다음 달 서울대 대학원에 진학하는 걸 염두에 두고 문구를 정했다. 그는 "시간이 흘러도 띠를 꺼내볼 때마다 대학 시절이 기억날 것 같다"고 했다.
꽃집들은 '인간 화환'이 달갑지 않다. 꽃 매출이 줄기 때문이다. 서울 신촌 한 꽃집은 "꽃다발보다 '띠를 만들 수 있느냐'는 문의가 더 많이 온다"고 했다. 서울 홍대의 꽃집은 "예년보다 꽃은 덜 들여놓고, 띠 만드는 데 몰두할 계획"이라고 했다. 화환 띠만 전문적으로 만들어 파는 인터넷 업체도 10곳 이상 생겼다.
젊은 세대는 '인간 화환'을 놀이처럼 즐긴다. 한 졸업생은 "인간 화환이 되려면 당사자가 반드시 졸업식에 참석해야 한다. 그냥 꽃다발이나 선물을 보내는 것보다 의미가 있다"고 했다. 서수연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인간관계의 '진정성'을 느끼려고 하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