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요즘 보이스피싱(전화 금융 사기)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년 연속 감소 추세를 보였는데, 지난해 갑자기 전년 대비 40% 정도 폭증했다. 그 이유를 추적하던 일선 경찰들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한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주로 중국을 근거지 삼아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총책이 중국에 있으면서 콜센터를 운영한다.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선 중국 공안과의 공조가 필수다. 한국 경찰은 국외에선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드 배치를 놓고 지난해 한·중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중국 공안이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에 비협조적으로 나왔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한 경찰관은 "작년부터 중국 공안이 우리 측 수사 협조 요청에 시큰둥해했다"며 "범죄 조직이 있는 주소까지 알려주며 '가서 잡아만 달라'고 해도 각종 핑계를 대고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은 "그 전에는 일선 경찰이 조선족 출신 중국 공안들과 수시로 통화하며 긴밀하게 협력했는데 작년부터는 태도가 싹 바뀌었다"며 "우리와 잘 얘기하지 않으려 하고 연락도 피했다"고 했다.

한·중 수사 공조가 삐걱대면서 경찰의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 실적은 뚝 떨어졌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중국에서 검거한 보이스피싱 피의자는 6명. 2016년(10명)과 2015년(41명)에 비해 급격히 줄었다. 그 틈을 타고 보이스피싱 일당은 더욱 활개 쳤다. 국내 보이스피싱 범죄 건수는 지난해 1~9월에만 1만7090건으로 2016년 기록(1만7040건)을 넘었다. 서울에서만 작년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약 7800건으로 전년과 비교해 40% 정도 늘었다.

꽉 막혔던 양측의 공조 수사는 작년 말부터 조금씩 원상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한·중 관계가 조금씩 풀리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지난해 제대로 손대지 못한 중국 내 보이스피싱 '몸통'을 소탕하기 위해 총력 대응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찰은 서울, 부산 등 보이스피싱 범죄가 빈발하는 지방청에 보이스피싱 전담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강력범죄를 다뤄온 일반 형사들도 검거 활동에 투입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줄지 않고 있는 20~30대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겨냥해 소셜미디어를 통한 예방·홍보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경로당에서 고령자 등을 상대로 예방 교육을 해온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