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모(酒母), 여기 막걸리 한 사발!"

"캬~ 주모, 셔터 내려! 나 집에 안 가."

한국인이나 한국팀이 스포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네티즌들은 너도나도 '주모!'를 찾는다. 그들의 '활약에 취했다'는 뜻이다. 최근 테니스 선수 정현이 호주오픈 남자 단식 준결승에 진출하자 온라인 곳곳에서는 '주모'를 찾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한국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23세 이하) 축구 대표팀이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는 "내가 베트남 축구 경기를 보며 '주모'를 외치다니"라며 열광했다.

주모라는 표현은 원래 인터넷 게시판에서 한국 사람들이 마약에 취한 듯 현실을 부정하고 한국을 찬양한다며 붙인 비난조의 단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 단어가 신분 세탁을 한 건 2013년이다. 미 프로야구(MLB)에 진출한 LA다저스 소속 선수 류현진이 그래 3월 LA에인절스와 벌인 시범 경기에 4이닝 동안 12명의 타자를 단 한 명도 내보내지 않는 퍼펙트 피칭을 선보이자 이 표현은 야구 관련 인터넷 게시판에서 응원의 구호로 불리기 시작했다. 류현진이 경기를 잘하는 날에는 '주모, 과로사', '주모 판매 전략, 극적이다' 등의 글이 등장한다. 이 단어는 2015년 영국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의 활약으로 해외 진출도 했다. 손흥민이 잘할 때마다 "주모"를 외치는 한국인들을 보고 현지 팬들이 "Jumo!"라며 함께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 출신 프로게이머 해리슨 폰드도 이 표현을 배워 게임에서 승리할 때마다 "오~주모!"를 부른다. 9일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막했다. 국내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으로 너도나도 '주모' 찾는 일이 많아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