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최근 학부모들로부터 "성교육을 잘 시켜달라"는 전화를 받고 있다. 어린이집에서는 동영상으로 '보여줄 수 없는 곳이 있어요' '친구가 싫어해요' 등 성폭력 예방법을 가르친다. 이 교육을 강화해달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과거엔 어린이집에서 성교육을 하면 싫어했는데, 최근 성교육에 신경 쓰는 부모가 많아졌다"고 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진행하던 성교육이 요즘엔 유치원생들에게도 '필수'처럼 되고 있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동영상 등 자극적인 콘텐츠를 접하는 연령이 낮아지면서, 어린아이들도 성 관련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유치원에서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에게 "부끄러운 놀이를 하자"며 옷을 벗으라고 한 사실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성교육 관련 기관에 문의하거나 인터넷 등에서 성교육 자료를 찾아 공부하는 부모들이 많다.

2007년부터 유아 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센터에서 유아 성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한 어린이들이 2014년 한 해 13만9941명에서 지난해인 2017년 19만1403명까지 늘었다. 스스로의 몸을 보호하는 법과 어떤 행동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지에 대해 가르친다고 한다.

'성교육 뮤지컬' 등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교육 콘텐츠가 인기를 끈다. 아이들이 정자와 함께 아빠·엄마의 몸속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의 '엄마는 안 가르쳐줘'는 2008년 첫 공연 이후 매해 관객 수가 늘고 있다. 한 회 400명에서 600명 가까이 되는 좌석이 대부분 꽉 찬다. 부모들이 '성교육 동화' 등 책을 돌려보고, EBS의 성교육 동영상도 인기다.

교육부는 유치원생의 눈높이에 맞춘 성교육 책자와 영상자료를 제작해 '학교성교육표준안'으로 활용하도록 한다. 유치원에서는 1년에 8시간 이상, 6개월에 2회 이상 성교육이 포함된 '안전교육'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