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축복' vs. '무자식 상팔자'

인생의 가장 중요한 선택 중 하나인 '출산과 육아'에 대한 반응은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극단적으로 갈린다. 조선일보와 칸타퍼블릭의 여론조사(1004명 대상) 결과는, 출산·육아를 경험한 이들이 더 행복감을 느끼고,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실제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지 않은 이들의 '공포감'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가 '가족의 미덕'을 다음 세대에게 설득하지 못한 셈이다.

출산 및 육아 세대인 25~45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유자녀 기혼자와 무자녀 기혼자·미혼자의 자녀관은 인식 차이가 컸다. 무자녀 기·미혼자는 10명 중 4명(41%)이 '아이가 있으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유자녀 기혼자는 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아이 있어 매우 행복" 男 73, 女 49%

비출산 그룹에서 '아이가 있으면 행복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예상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무자녀 기·미혼자에게 '아이가 있으면 지금보다 행복할 것 같은가'라고 물은 결과, '매우 행복할 것'(41%), '어느 정도 행복할 것'(18%) 등 긍정적 전망이 59%였다. 하지만 '그다지 행복하지 않을 것'(32%), '전혀 행복하지 않을 것'(9%) 등 부정적 전망도 41%로 적지 않았다. 특히 '출산의 열쇠'를 쥔 20·30대 여성의 절반(49%)은 '아이가 있으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 응답했다.

자녀가 있는 기혼자는 아이를 키우는 게 '매우 행복하다'(59%), '어느 정도 행복하다'(38%) 등 '행복하다'는 반응이 97%였는데, 자녀가 주는 행복감은 학력·소득과는 상관관계가 별로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매우 행복하다'고 답한 응답자를 학력별로 분석해보니, 고졸 이하(60%)와 '대학 이상'(59%)이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주관적 계층 의식별로도 중하층 이하(57%), 중간층(56%), 중상층 이상(59%) 등 대부분 비슷했다.

대신 '아이가 주는 행복감'은 성별 차이가 확연했다. '아이 때문에 매우 행복하다'라고 답한 남성은 73%인 데 반해 여성은 49%에 불과했다. 출산에 따른 신체적·정신적 변화, 양육의 책임이 여전히 여성에게 쏠려 있는 한국적 상황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30대 여성 행복도 7.4점

무자녀 기·미혼자에게 '아이가 생긴 후 삶의 질'을 예상해달라고 했다. '나빠질 것'(38%)이란 응답이 '좋아질 것'(31%)보다 많았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반응은 달랐다. 유자녀 기혼자들은 아이를 키우며 삶의 질이 '좋아졌다'(43%)고 답한 사람이 '나빠졌다'(22%)는 사람보다 배로 많았다. 이 경우도 성별 격차는 컸다. '좋아졌다'는 남성은 52%였지만 여성은 36%에 불과했다.

이번에는 전체 응답자들에게 '현재 삶에 만족하는가'를 물었다. '만족' 78%, '보통' 16%, '불만' 6%였다. 10점 만점으로 환산하면 평균 7.2점이었다. 유자녀 기혼자의 경우 '만족한다'가 81%로 무자녀 기·미혼자의 73%보다 높았다. 10점 만점으로 따지면, 유자녀 기혼자의 삶의 만족도는 7.3점, 무자녀 기·미혼자 만족도는 7.0점이었다. 성·연령별로 현재 삶의 만족도는 30대 여성(7.4점)이 가장 높았고 40대 남성(6.9점)이 가장 낮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몇 년 전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가장 행복했을 때'는 대부분 '가정'과 관련한 답이, '가장 힘들었을 때'에 대한 답은 '외부, 회사'라는 키워드가 나왔다. '어떻게 극복했는가' 하는 질문의 답 키워드도 '가족들'이었다. 여전히 우리 국민은 가족의 의미, 자녀로부터 얻는 행복감을 중시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