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부터는 출·퇴근 시 발생한 재해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산업재해의 한 종류로 '출퇴근 재해' 규정을 신설하고,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도 산재 처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출퇴근 길에 식료품 구매나 병원 진료 등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행위를 하다가 사고를 당해도 출퇴근 중 재해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로 출퇴근하던 중 사고가 발생하면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 모두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개인택시 등 직업 특성상 출퇴근 경로·방법이 일정하지 않을 때는 보험료 부담이 과도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출퇴근 재해와 관련한 보험료는 부담하지 않고 일반 산재 보험료만 부담하도록 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정대리와 
통근버스를 이용하는 박차장,
출근 때 똑같이 사고를 당했는데…
박차장만 '산재' 인정?

그동안은 회사를 가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해도, 회사 통근 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모두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 업무상 사고 중 출·퇴근 관련 규정에 따르면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만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아닌 공무원연금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부상'을 산재로 인정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똑같은 출퇴근 재해인데 공무원은 인정되고, 일반 직장인은 안 된다는 불합리를 지적받아 왔다. 헌법이 보장한 평등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마침내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업무상 사고 중 출퇴근 관련 규정을 '헌법 불합치'로 결정 내리면서, 모든 직장인이 출퇴근 시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도보, 자기 소유 교통수단,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는 사업주가 제공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자와 같은 근로자인데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차별 취급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
(2016년 9월 29일 헌법재판소)

헌재는 단순 위헌으로 선고할 경우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가 상실되는 상태를 우려, 2017년 12월 31일까지 해당 조항을 유지하도록 했다.

["사업주 제공 교통수단으로 출퇴근하다 다친 경우만 업무상재해 인정, 헌법 불합치"]

'출퇴근 산재' 어디까지? Yes or No

물론 통상적 출퇴근 경로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모든 경우를 산재 처리해 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반적인 출퇴근길을 벗어나거나 출퇴근 중 다른 일을 하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 예외 사유로는 ▲일용품을 구입한 행위 ▲학교 또는 직업교육훈련기관에서 교육 훈련 수강 및 교육을 받는 행위 ▲선거권이나 국민투표권을 행사한 행위 ▲아동 또는 장애인을 보육기관 또는 교육기관에 데려다주거나 데려오는 행위 ▲의료기관 또는 보건소에서 진료를 받는 행위 ▲의료기관 등에서 요양 중인 가족을 돌보는 행위 등 6가지를 규정했다.

"퇴근하다 사망" 업무상 재해 인정 판례 보기

최근 몇 년간, 퇴근 후 회식을 하다가 집에 가는 도중 사고를 당했거나 초과 근무를 한 뒤 귀가 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등의 경우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판결이 이어졌다.

출퇴근 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데 있어 구체적 지침이 발표됐지만, 여전히 애매한 부분이 많다. 직무 능력 개발과 취미의 경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사는 것과 쇼핑의 차이는 무엇인지 등이 해소되지 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업무를 잘 하고자 필요한 건강한 신체를 위해 요가를 했다"고 주장한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는지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더불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새롭게 마련된 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막는 장치도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법안 개정이 출퇴근 재해 인정에 있어 차별적인 부분을 없앴다는 것만큼은 큰 의의가 있다. 산재보험 제도가 향후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까지 보호되는 데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