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악기상가 5층에서 노인 500여명이 음악에 맞춰 신명나게 몸을 흔들었다. 마이크를 잡은 '뽀빠이' 이상용씨가 "더 세게 춰보자"며 흥을 돋웠다. 앉아 있던 노인 수십 명이 벌떡 일어나 춤사위에 가담했다. 연용희(74)씨는 "젊은 사람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놀 수 있는 곳이 생겨 반갑다"며 "친구들을 데리고 매주 나오겠다"고 했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낙원동 악기상가 5층에 개관한 사이다텍에서 노인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사이다텍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공연을 보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으면서 신나게 춤을 출 수 있다.

노인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곳은 서울에 처음으로 생긴 '사이다텍'이다. 사회적 기업인 '추억을 파는 극장'이 나서서 60대 이상을 위한 신(新)개념 놀이 문화 공간으로 꾸몄다. 퇴폐적이고 사기(詐欺)가 판친다고 지탄받은 콜라텍과 결별한다는 의미에서 사이다텍이라고 이름 붙였다. 톡톡 쏘는 사이다처럼 노인 문제를 해결한다는 뜻도 담았다.

사이다텍은 '추억을 파는 극장'의 김은주(44) 대표의 의지로 문을 열었다. 영화사에서 홍보 일을 하던 김 대표는 2009년 낙원상가에 들어왔다. 건물주가 "새로운 콘텐츠로 어르신의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자"고 했다. 김 대표는 상가 4층에 노인 전용 영화관을 열었다. 관람료는 2000원. 300석 규모의 영화관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고전 명화를 매일 3~4편 상영했다. 소문을 타고 관객이 모여들어 하루 1000명이 찾을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눈물 나게 고맙다"며 김 대표를 칭찬하는 편지를 청와대와 시청에 보낸 사람들도 있었다.

영화만 보여주다 한 달에 한 번 시범으로 선보였던 공연이 사이다텍의 시초(始初)다. 만담, 무용, 품바 쇼에 노인들의 폭소와 박수가 터졌다. 김 대표는 "문화·예술 공연을 즐기고 싶어하는 노인층의 갈망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깨달았다"고 했다.

제대로 된 공연을 선보이기에 영화관은 비좁았다. 음향과 조명도 문제였다. 적당한 공간을 찾던 김 대표는 지난 9월 낙원상가 5층의 전문공연장을 임차해 사이다텍으로 개조했다. 서울시에서 7000만원을 지원했다. 종묘·탑골 어르신 문화거리 활성화 사업 중 하나였다. SK 등 대기업에서도 후원의 손길이 잇따랐다. 총 3억원이 모였다.

사이다텍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후 1시와 3시에 공연을 관람하고 치매 예방에 좋다는 '떼춤'을 출 수 있다. 입장료 5000원이면 100분간 실컷 웃고 몸을 풀 수 있다. 앞으로 사이다텍은 송해와 전원주 등 유명한 입담꾼이 벌이는 토크쇼, 평양민속예술단, 춤꾼인 낭만날라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사이다텍이 탑골공원의 놀이 문화를 바꾸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노인들이 저렴한 가격에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계속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