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탤런트 고(故) 최진실 씨의 딸 최준희 양과 외할머니 정옥숙 여사 사이에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갔다. 정 여사는 "세상 모든 부모가 힘든 시기에도 자식에 관한 일이라면 참고 기다리지 않느냐"며 "가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PART 1.
아동학대 무혐의로 사건 종결
준희 양 "가족이 제일 소중"

"세상 모든 부모가 힘든 시기에도 자식에 관한 일이라면 참고 기다리잖아요. 사춘기라는 게 애들이 한때 거쳐 가는 과정이니까… 지나가겠죠. 어느 샌가 슬며시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게 가고 그러잖아요. 사람 사는 게 어느 가정이나 다 똑같아요."

지난 8월, 한 차례 가슴 아픈 폭풍이 지나갔다. 고(故) 최진실의 딸 최준희(14세) 양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할머니 정옥숙 여사와의 갈등에 대한 호소 글을 올린 것. 글이 올라온 전날 저녁식사 자리에서 외할머니와 준희 양 사이에 마찰이 있었고 환희 군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으나 서로 처벌을 원치 않아 정식 사건으로 처리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준희 양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할머니로부터 폭행을 당해왔다고 주장했다. 격려 차 만난 이영자가 준희 양의 건강을 염려해 병원에 입원시켰고 경찰과 아동심리 전문가가 파견 나와 면담을 진행했다. 여름이 가는 동안 외할머니와 오빠인 환희(16세) 군은 물론 학교 상담사 등이 참고인으로 경찰에 출석해 면담을 진행했다.

아동학대 논란
경찰 "무혐의로 사건 종결"

9월 12일, 서울서초경찰서는 외할머니 정 씨의 아동학대 혐의를 조사한 결과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양측 주장이 달라 주변인들을 불러 조사했으며 종합적으로 볼 때 학대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9월 20일에는 서울가정법원에서 양육권 심리가 이루어졌다. 준희 양이 자신의 후견인으로 지정된 외할머니의 권한을 박탈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옥숙 여사는 2008년부터 후견인으로서 준희 양에 대한 양육권과 법률대리권, 재산관리권 등을 갖고 있다. 심리 후 변호사 측은 "서로의 입장과 바라는 점을 충분히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준희 양, 추석 앞두고
"가족이 제일 소중… 죄송해요"

이날 준희 양은 소셜미디어에 심경 변화를 암시하는 글을 올렸다. 자신의 페이스북 소개란에 "더 이상의 싸움은 무의미하다. 화해하자"는 뜻의 일본어 문구를 게재한 것. 이어 닷새 후에는 지난날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다짐을 적은 글을 올렸다.

준희 양은 "더운 날 동안 땀 흘리고 눈치 보면서 바쁘게 지낸 것 같은데 (중략) 거품은 많고 속은 진짜 없었네요. 그래서 이룬 건 없는데 엄청 많은 내 편들이 많이 마음 아파한 것 같아요"라며 "그땐 나 힘든 것만 생각하기 바빠서 누굴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지금에서야 사과합니다. 죄송해요"라고 적었다.

이어 준희 양은 "저도 이제 정신 차리고 이 악물고 살아야죠"라며 소셜미디어를 찾은 누리꾼들에게 추석 인사도 건넸다.

"쌀쌀해진 날씨에 감기 조심하시고 추석에 가족들이랑 행복하게 보내세요. 가족이 제일 소중하다는 것도 잊지 마시고, 이제 순간순간에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지난 10월 고(故) 최진실 9주기
준희 양 "우리 엄마 안녕"

10월 2일, 최진실의 9주기 추모식에서 가족이 함께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준희 양은 만날 수 없었다. 대신 정 여사와 환희 군, 이영자를 비롯한 여러 지인과 팬들이 참석해 최진실을 추억했다. 정 여사는 "준희가 마음이 많이 아팠나보다. 마음이 아파서, 아프니까 알아달라고 그런 것 같다. 많이 울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2011년 고인의 3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정옥숙 여사와 환희 군, 준희 양 모습.

이날 새벽 준희 양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리 엄마 안녕"이라는 글과 함께 다른 누리꾼이 게재한 글을 캡처해 공유하며 자신의 심경을 대변했다. 해당 글에는 "있지, 엄마. 나 되게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어. 멋진 사람이 되려면 열심히 살아야 될 것 같았어. (중략) 그래서 뭐든 열심히 하려고 했어. 근데 세상이 참 날 외롭게 해. 뭐든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더라. 그래, 엄마 말대로 세상 살아가는 거 쉬운 게 아니더라고. (중략) 난 뭐가 되려고 이러는 걸까? 나, 잘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 살다보면 언젠간 나도 행복해질 수 있겠지? 요즈음 나는, 살아가는 게 참 힘들다 엄마"라고 적혀 있었다.

'이모할머니'와 함께 지내
최근 전학 후 적응하는 중

취재 결과 준희 양은 태어났을 때부터 자신을 양육해 '이모할머니'라고 부르는 지인과 함께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중학교에 다니고 있었지만 지난 10월 아파트 인근 모 중학교로 전학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새 학교에 같이 다니는 친구와 셀카를 찍고 떡볶이를 사먹는 등 평범한 여중생의 일상이 담긴 사진이 올라왔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 준희 양을 응원하는 댓글도 많이 달렸다.

지인의 전언에 따르면 "학교에 적응도 하고 교회를 열심히 다니며 봉사활동에도 참여하는 등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PART 2.
고(故) 최진실 어머니 정옥숙 여사 인터뷰
가족 걱정에 말 아껴… "시간 지나갈 것"

준희 양과 갈등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었는지 싶어 외할머니인 정옥숙 여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 여사는 혹시라도 자신의 언행이 가족의 삶에 영향을 미칠까 싶어 최대한 말을 아꼈다. 지난 사건으로 인해 가족의 일이 회자되고, 특히 준희 양이 사람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던 것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나야 뭐 맨날 똑같이 지내고 있죠.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다보니 나한테 그러는 거야 상관없다고 해도 준희에게 안 좋은 말을 하는 것도 싫고,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봐….

준희 양이 요즘 인터넷에 올린 글이나 사진을 보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요.

준희가 그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환경이 이러니까 화가 날 때가 있겠죠. 왜 나만 이런가. 나는 응석 부릴 때도 없다.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을 거 아니에요. 환희도 똑같은 사람이고 사춘기이고 한데 왜 생각이 없고 그리움이 없고 하겠어요. 그래도 환희 같은 경우는 엄마 아빠가 많이 예뻐해주고 사랑을 받았잖아요. 그런데 준희는 그러지 못했어요. 엄마가 연예인 생활을 하니까 밖에 나가 2~3일씩 못 들어올 때도 많았고, 게다가 여섯 살 때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버렸으니까…. 내가 그 마음을 이해해요.

그래도 마음고생이 심하셨겠어요.

나도 얼마나 복잡했겠어요. 그런데 세상 모든 부모가 힘든 시기에도 자식에 관한 일이라면 참고 기다리잖아요. 사춘기라는 게 애들이 한때 거쳐 가는 과정이니까 어느 샌가 슬며시 시간이 가는지도 모르게 지나갈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 사는 게, 어느 가정이나 다 똑같아요. 이제는 시간이 흐르는 대로, 살아지는 대로 자연스럽게 살자는 생각을 해요.

고등학교 1학년인 환희 군 근황도 궁금했다. 동생과 외할머니 사이에서 마음 부침이 심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있는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환희 군은 사건이 있던 날 저녁 그 자리에 있었다. 동생과 외할머니의 갈등이 심해지자 경찰을 부르고 상황을 해결해보려 했다. 준희 양이 병원에서 퇴원해 이모할머니 집으로 가고 며칠 뒤 학교 기숙사로 돌아가기 위해 할머니와 함께 집을 나서는 환희 군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10월 2일에는 엄마의 9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경기도의 한 추모공원을 찾았다. 듬직하게 장성한 모습으로, 커다란 꽃바구니를 엄마의 추모비 앞에 내려놓았다.

환희 군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맨날 '할머니~' 하면서 전화가 와요. 공부는 2등으로 해도 되니까 건강하게 밥 잘 먹고 친구들하고 행복하게 잘 지내라고 하죠. 가끔 '엄마 보고 싶지?'라고 물으면 남자아이라 그런지 마음을 속으로 삭일 줄 알아요. 지금 사는 집도 너무 크고 엄마 생각도 많이 나니까 이사 가자고 하면 추억도 있고 엄마 생각도 나니 가지 말자고 해요.

환희 군과 준희 양 모두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을 거예요.

제가 그 마음을 다 읽을 수는 없지만 아이들이 엄마 아빠가 얼마나 그립겠어요. 그래서 엄마 손 잡고 웃고 찍은 사진들, 복도에 걸어놓은 것들 하나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다 있어요. 아이들한테 이야기해요. 어디에 가든 늘 엄마가 곁에 있다고 생각하라고요.

한동안 잘 지내는 듯 보이던 준희 양이 최근 소셜미디어에 우울한 심경이 담긴 글을 올려 다시 한 번 걱정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1월 12일 준희 양 페이스북에 "돌아갈 곳도 쉴 곳도 없다. 나는 가끔 유서를 쓴다. 힘들 때 읽어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혼자 울기도 한다"는 내용의 글귀가 올라온 것. 이 글은 온라인에서 짧은 글을 지어 올리는 익명의 작가가 쓴 것으로, 준희 양이 캡처해 자신의 계정에 공유했다.

가족의 한 지인은 "아무래도 여러 복잡한 사정들이 있다보니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안 좋은 일들이 있었지만 준희 양도 외할머니도 서로에게 마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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