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한 이성 친구를 기다리는 이를 '곰신(고무신)'이라고 한다. 그동안 군인은 남성, 곰신은 여성임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최근엔 군대 간 여자 친구를 기다리는 '남자 곰신'이 생겼다. 2011년 여성 학군단(ROTC) 입단, 2014년 육군3사관학교 여생도 입학이 이뤄지면서 젊은 여군이 많아졌다. 국방부에 따르면 여군은 2012년 8300여 명에서 매년 늘어 지난해 처음 1만명을 넘었다.
곰신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몇 년 전부터 남자 곰신 사연이 꾸준히 올라온다. 이들은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단톡방)을 만들어 편지 보내는 요령, 훈련 내용 등 정보를 공유한다.
대학생 안모(23)씨는 여대 학군단 소속 여자 친구가 훈련받으러 입소하면 매번 손편지를 써서 보낸다. 그는 "어버이날 말고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본 것이 처음"이라며 "4주짜리 훈련에 편지까지 보내는 게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편지 받은 다른 동기를 부러워할까 봐 거를 수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인터넷 편지도 쓴다. 육군학생군사학교, 육군부사관학교 홈페이지에는 여군 후보생의 남자 친구가 남긴 인터넷 편지글이 훈련이 있을 때마다 수십~수백 건 올라온다.
최근 군인 여자 친구를 둔 이의 사연을 담은 웹툰(인터넷 만화)이 연재됐다. "여자 친구가 군대 갑니다" 하는 말로 시작하는 이 만화에는 "곧 여군 부사관에 지원할 예정이라 공감된다" "지금까지 접한 군인 사연 중 가장 재밌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수천 명이 '좋아요'를 눌러 관심을 보였다. 국방TV의 한 프로그램은 남자 곰신들의 사연과 이벤트 신청을 받기도 했다.
군대라는 공통 관심사가 생겨 사이가 돈독해졌다는 연인들이 있다. 지난해 육군 소위로 임관한 여군 한모(25)씨는 "예비군 4년 차 남자 친구와 대화하다 보면 항상 '이제 생활관에 휴대전화도 있다더라' 식의 이야기로 끝난다"며 "대화가 잘 통한다"고 했다.
남자 군인들은 여자 친구가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것'을 걱정하지만, 남자 곰신들은 여자 친구들이 '군화를 거꾸로 신는 것'을 걱정한다. 남성이 많은 환경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여자 친구가 동료 군인과 사귀는 것 같다'는 글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