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22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업무가 너무 많다”며 꿈꾸던 교사직을 한 학기 만에 그만두면서 ‘불평 동영상’을 제작하자, 영국 사회 일각에서 이들 ‘눈송이 세대’의 ‘유약함’을 비판하는 여론이 일고 있다.

‘눈송이 세대(snowflake generation)’는 남의 비판을 잘 견디지도 못하고, 인내력과 정신력이 약한 젊은 세대를 영미권에서 꼬집어 부르는 말로, 우리 사회의 ‘유리 멘탈’과 비슷한 표현이다. ‘눈송이’처럼 만지면 바로 녹고, 원형을 알 수 없게 부서진다는 뜻이다.

영국의 22세 교사 에디 레드샘의 불만 토로 사직 동영상


영국 머지사이드 주의 월러시에 사는 에디 레드샘(Eddie Ledsham)은 초등학교에서 8세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맡았다. 하지만 그는 6개월 만에 "감정적, 심리적으로 버티기 어렵다"며 그만뒀다. 그는 '불평 비디오'에서 열살 때부터 교사가 되는 걸 꿈꿨지만, 막상 돼 보니 '말도 안 되는 근무 시간'과 '비현실적인 업무량'에 심신이 지쳤다는 것이었다.

래드샘은 친구들과 축구 경기를 보러 갈 때에도, 자기는 일을 해야 해 끝나자마자 먼저 자리를 떠야 했고, 여자친구 집에 놀러 가서도 채점을 해야 해 여자친구는 요리하거나 다른 걸 하며 혼자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학에선 실제 교사 직무를 수행할 때에 직면할 수 있는 상황을 알려주지 않았고, 8세 아이들 가르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런 무지막지한(astronomical) 부담”을 겪게 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레드샘은 또 “교안(敎案)을 만들고 채점하느라, 어떨 때에는 6시30분까지도 퇴근을 못 한다”고 불평했다.

'눈송이 세대'는 만지면 바로 녹고 형체를 알 수 없게 되는 '눈송이(snowflake)'처럼 타인의 비난과 힘든 일에 대한 인내심과 정신력이 부족한 세대를 비꼬는 표현이다.


이에 대해, 영국의 기성사회는 "드디어 '눈송이 세대'가 사회를 지배하게 됐다"며 비꼰다.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도미니크 샌브루크(43)은 "6시 반 이전에 퇴근을 못한다고 불평을 하는데 충격을 받았다"며, "스물두살 레드샘의 얘기는 더 큰 사회 트렌드의 일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샌브루크는 "눈송이 세대는 수백만의 영국 가정에서 현재 일어나는 자기탐닉적이고, 타인에게 비난을 돌리는 커다란 문화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80년 전에 미국 정부가 '노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빈둥거리는 것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이고, 자존감과 희망의 상실"이라는 소책자를 제작해 뿌렸는데, "오늘날 영국 정부가 이런 소책자를 뿌리면 어떤 반발이 일겠느냐"고 반문했다.

심지어 올해 24세가 된 '눈송이 세대'에 속하는 작가 올리비아 어틀리도 가세했다. "채점이 지루하고 가르치는 게 힘든 일이란 건 친구 교사들을 통해서도 많이 듣지만, '눈송이 세대'는 소셜미디어라는 '자기만족'의 벽에 둘러싸인 안전한 공간에 모여서 서로 '지속적인 불평'을 늘어놓는 걸 격려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모든 것을 향해 비난의 손가락질을 한다"고 비난했다.

레드샘 교사의 불평 제기와 같은 현상은 영국 이스트서식스 카운티 의회가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엄격하게 훈육할 것을 강조했을 때도 똑같이 일었다. 이 카운티 의회는 '정신 차리자(Get a Grip)' 캠페인을 벌이며 "정말 아프지 않으면 학교를 빠지지 않아야 하며, 설령 아프더라도 될 수 있으면 등교해서 배움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그러자 이 지역의 학부모들이 "마치 부모들이 상황이나 적절성도 따지지도 않고 아이들을 학교에 안 보내는 것처럼 비난한다"며 시 의회의 캠페인을 저지해야 한다는 청원을 시작했다. 이 청원을 시작한 이스트서식스의 학부모 엘라 르위스는 "나와 친구들은 이 캠페인에 상처받았고 충격을 받았다"며 시 의회의 공식 사과와 철회를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