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가 되니 과학 시간에 직접 실험을 하는 수업이 늘어나 재미있어요."
충북에 사는 중학교 1학년 김우주(가명)양은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하면서 학교 다니는 재미가 생겼다고 했다. 오전 1~4교시 수업은 1학기처럼 국·영·수 등 일반 교과목 수업을 듣지만, 1학기에 비해 토론이나 팀프로젝트 등 참여형 수업이 많아졌다. 중간·기말고사가 없는 대신,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쪽지 시험을 본다. 오후 시간에는 진로·직업 체험, 예술·체육 수업, 동아리 활동을 한다. 지난달 2~3학년이 중간고사를 치르는 동안 1학년 학생은 근처 대학에 찾아가 진로 특강을 들었다. 김양은 "미생물학과 교수님을 만나고 난 뒤 나노 산업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진로 탐색에 도움" "학업 부담 더 키워"
교육부가 5일 중학교 자유학기제를 내년부터 자유학년제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이후, 학생·학부모·교사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자유학기제가 진로 탐색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반응이 없지 않지만, 아직은 "대학 입시가 먼저 바뀌지 않는 한 자유학기제 기간만 늘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더 많다.
자유학기제는 중학생이 한 학기만이라도 시험 부담에서 벗어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적성과 소질을 찾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교육부는 1개 학기에만 운영하던 자유학기제를 내년부터 중학교 1500곳에서 1년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학부모들은 "자유학기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1학기나 1년 동안만 시험을 보지 않는 것으론 아이들이 학업 부담을 내려놓을 수 없다"는 불만을 표시한다. 이미 자유학기제를 경험한 일부 학생도 "한 학기 시험 안 보고 풀어졌더니 공부 습관이 안 잡혀서 2학년 올라가 공부가 너무 힘들었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교육 시장이 더욱 커진다는 의견도 있다. 경기도 일산의 학부모는 "학원에서 '중간·기말고사에서 해방돼 더 확실하게 선행을 나갈 수 있다. 자유학년제가 실시되는 중 1이 수학 선행 학습 최적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시행착오 겪는 것일 뿐" 의견도
진로 체험 프로그램 등 교과목 외 활동이 부실하게 이뤄진다는 불만도 없지 않다. 지역과 학교, 교사 개인의 역량에 따라 자유학기 프로그램의 질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경남 양산에 사는 한 초등학교 6학년 학부모는 "우리 동네에는 경찰서, 소방서, 보건소 말고는 갈 데가 없다. 1년으로 늘린다 한들 또 어딜 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중 1 학부모 정모(45)씨는 "체험 활동마다 인원 제한이 있기 때문에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아들은 과수원에 사과 따러 다녀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도입 초기라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공교육 정상화에 한몫하고 있다"는 긍정적 의견도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중학교 영어 교사는 "진도 나가기에 급급하지 않고 영어 노래·드라마 등을 충분히 활용하니 엎드려 자는 학생 없이 수업 참여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진로 체험 프로그램 역시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다는 반응이다. 한 자유학기제 담당 교사는 "처음에는 사돈의 팔촌까지 연락해 진로 특강을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올해는 여러 대학과 지역 기업 등에서 먼저 프로그램을 제안해 와 한 학기 동안 체험 활동을 8번 진행했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유학기 활동 매뉴얼, 자료집 등을 꾸준히 개발해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고, 진로 체험처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입력 2017.11.0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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