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파리바게뜨가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제빵 기사를 불법 파견 방식으로 사용했다'는 근로 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함께 불법 파견한 제빵 기사 등 5309명을 11월 9일까지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파리바게뜨는 제빵 기사 1명당 과태료 1000만원을 물어야 한다. 파리바게뜨 본사 직원이 5200여명인데, 그만큼의 인원을 한꺼번에 고용해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불법 파견 논란은 지금까진 주로 제조업에서 일어났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불법 파견 문제가 불거진 건 파리바게뜨가 처음이다. 종사자 수가 66만명인 프랜차이즈 업계에 불법 파견 논란이 확산될까 정치권까지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파견 업종 아닌데 지휘·명령하면 불법
'파견'이란 근로자를 고용한 A(파견 사업자)가 이 근로자를 B(사용 사업자)에게 보내 B의 지휘·명령을 받아 일하는 것을 뜻한다. 파견 근로자를 받아 쓰는 입장에서 보면 채용과 해고에 대한 부담이 없고, 필요한 때에 원하는 만큼 사람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상당수 선진국은 파견 대상 업무에 제한을 두지 않고, 파견 기간도 노사 합의로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상 업무와 파견 기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파견법에서 규정하는 파견 허용 업종이 아닌데 파견을 하면 불법 파견이 된다. 겉으로는 위탁 계약이어도 법원이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지휘·명령을 했다며 파견 계약으로 판단하면 불법 파견이 된다. 지금까지 논란이 됐던 불법 파견 사례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이 때문에 노동계는 '불법 파견까지 포함하면 실제 파견 근로자는 정부 통계보다 훨씬 많다'고 주장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파견 근로자는 20만1000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1% 수준(2016년 8월 기준)이다. 제빵 기사는 파견법상 파견 허용 업종이 아니다. 파리바게뜨 사태는 결국 '불법 파견 여부'가 문제이다.
◇제빵 기사 사용 사업주는 파리바게뜨인가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제빵 기사의 실제 사용 사업주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빵 기사의 업무 수행에 대해 협력업체와 가맹점, 가맹본부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관여하고 있어 간단히 결론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불법 파견이 되려면 파리바게뜨가 사실상의 사용자로서 제빵 기사에게 직접 지휘·명령을 하고, 제빵 기사들은 파리바게뜨를 위해 근로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그게 아직 명확하지 않다. 고용부는 파리바게뜨가 출퇴근 시간 등 업무 전반에 대해 지시와 감독을 했고, 채용·평가·임금·승진에 대해 일괄적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인사에 관한 기준 제시만으론 인사권 행사로 볼 수 없다. 인사권 전반을 실제로 파리바게뜨가 행사했는지가 중요한데 이 점이 분명하지 않다.
파리바게뜨가 불법 파견이 될 정도로 제빵 기사에게 상시로 지휘·명령을 했는지도 명확하게 설명됐다고 보기 어렵다. 만약 간헐적·단속적으로 업무 상황을 점검한 수준이라면 불법 파견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본사보다 가맹점주가 제빵 기사에게 지시를 많이 하기 때문에, 실제 사용 사업주를 본사가 아닌 가맹점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파리바게뜨 본부와 협력업체는 제빵 기사 양성, 경영지원 등에 관한 업무 협정을 맺고 있다. 업무 협정은 계약이 아니다. 그러나 고용부 감독 결과가 맞는다면 파리바게뜨는 협력업체와 근로자 파견 계약을 맺고, 제빵 기사를 파견 근로자로 받은 뒤 이들을 다시 가맹점에 파견해 지휘·명령을 한 것이 된다. 따라서 협력업체와 가맹점 간의 실제 도급 계약은 실체가 없는 셈이 된다.
◇다양한 고용 형태 필요성 감안해야
현대 기업은 공동 목적을 위해 여러 기업 간에 다양한 관계를 맺고 협력한다. 이익과 손해도 공유한다. 프랜차이즈도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협력업체라는 서로 독립적인 업체가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구조이다. 고용부 논리대로라면 협력업체나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이익을 추구할 뿐이다.
현행 파견법은 파견 대상 업무를 한정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이나 업무는 처음부터 파견 대상에 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경영 전략이나 인력 정책이 언제든 불법 파견의 벽에 부닥칠 소지가 크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혁신적 아이디어를 발휘하기 어렵다. 파견법은 IMF 외환위기 당시 제정됐는데, 당시 프랜차이즈는 파견 여부를 논의할 정도로 성장한 상태가 아니었다.
정부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협업 관계를 불법 고용으로 봤다. 그러나 다양한 고용 형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눈감은 채 직접 고용만을 강제하면 노동시장의 다양성이 실종되고 경직성이 확대된다. 결국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고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결국 국민의 일자리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이 피해를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