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미국 너구리인 라쿤이 268마리 수입됐다. 라쿤을 만지면서 음료도 마실 수 있는 라쿤 카페가 유행하며 수입이 급증했지만, 사실 라쿤은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선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유해 동물이다. 혹여 관리 소홀로 인해 라쿤이 자연으로 방사되기라도 하면 라쿤이 '제2의 뉴트리아'가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나라 생태계를 교란하는 외래종들과 이에 대한 정부의 관리 실태는 어느 정도나 될까. [관련 기사 ▶ 애견 이어 야생동물 카페도 인기… 위생은 괜찮나요]

그래픽=최수영

'생태계 교란 생물'이란?

*생태계 교란 생물은 한마디로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는 외래종·유전자변형 생물체 중 각 나라의 환경부가 지정한 것이다. 외래종 혹은 침입종이라고 해서 다 생태계 교란 생물은 아니라는 것.

짬뽕이나 홍합탕에 들어가는 홍합은 우리 고유종 홍합이 아닌 외래종 지중해담치(진주담치)다. 이 생물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세계 100대 악성 침입종'에 들어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식탁을 풍요롭게 해주는 외래종이다. 우리나라에서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종은 다음과 같다.

포유류 1종(뉴트리아), 양서류·파충류 2종(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속 전종), 어류 2종(파랑볼우럭, 큰입배스), 곤충류 1종(꽃매미), 식물 14종(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가시상추, 갯줄풀, 영국갯끈)으로 총 20종(지난 2016년 기준)이었다. 여기에 최근 붉은불개미가 추가됐다.  

외래생물의 유입 경로

출처=한국 외래생물 정보시스템

외래생물의 유입은 기술적인 혁신, 사회, 정치, 경제적인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선박과 항공기술의 발전으로 외래생물이 살아있는 상태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든지, 이국적인 동·식물에 대한 애완 의욕 증가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외래생물의 유입은 5년새 2.4배 증가(2009년 894종→ 2013년 2167종)했다.

유입 경로를 세세하게 따지면 그 수를 정확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겠지만, *세계침입종프로그램은 외래생물의 유입 경로를 크게 4가지로 나누고 있다.

[*세계침입종프로그램(Global Invasive Species Program, GISP)은 외래종(Invasive Alien Species, IAS)에 관한 전 세계적 현황 및 조절방안에 관한 실행계획을 구상하는 프로그램]

의도적 유입
우리나라에서 지정·관리를 하는 생태계 교란 생물 중 어류에 속하는 파랑볼우럭(블루길)과 큰입배스는 자원조성을 목적으로 도입했다. 또, 양서·파충류에 속하는 황소개구리와 붉은귀거북은 각각 식용 및 농가수익 목적과 애완용 및 방생용으로 도입했다. 이밖에도 장식용 또는 토지의 비옥화를 목적으로 잡초를 수입하기도 하고, 애완용이나 관상용을 목적으로 양서·파충류, 포유류, 설치류 등을 들여오기도 한다.

비의도적 유입
비의도적 유입 경로 중 대표적인 것이 선박유입수(선박평형수, Ballsat Water)에 의한 것이다. 선박의 무게중심을 맞추기 위해 화물을 싣고 내릴 때 선박유입수를 주입하거나 배출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래 수중 생물이 함께 실려 왔다. 선박유입수에 의한 외래생물의 비의도적 유입은 전 계적으로 하루에 약 4,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2004년 2월 기준). 기타 경로로는 농산물, 목재, 종자, 토양, 차량, 소포, 여행자의 짐 등에 붙어서 들어오는 것이 있다.

폐쇄 도입
동물원의 사육동물 수입은 폐쇄 도입의 한 경우다. 수산업 및 해양업을 위해 수입하거나, 연구와 연구소를 통해 도입되는 것도 폐쇄도입의 예다.

도입 후 확산 매개체
외래생물이 국내로 유입된 후 확산하는 경로를 말한다. 의도적, 비의도적인 것을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서식지의 인위적인 변경과 농업의 변화, 외래생물의 확산을 증진하는 인간의 활동과 구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생태계 교란 대표 생물들

생물은 본래 자신이 살던 서식지를 벗어나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일부 외래생물은 금세 적응해 빠르게 세력을 넓히고 자리를 잡기도 한다. 이들은 고유의 경쟁자, 포식자, 기생자로에서 벗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고유종보다 번식력이 강하다.

이 번식력이 강한 외래생물은 국내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토종 생물에 손해를 끼치는 생태계 교란 생물 중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뉴트리아: 뉴트리아는 원산지가 남아메리카인 설치류다. 우리나라에는 1985년 모피와 식용으로 도입된 후, 경남을 중심으로 15개 시·군으로 퍼졌다.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알려진 창녕 우포늪에 많이 서식하고 있는데, 우포늪의 수생식물과 희귀 식물을 먹어 수초대를 파괴하는 한편 주변 농업지역의 작물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 1년에 3번씩 한 번에 3~8마리의 새끼를 낳아 번식력이 왕성한 데다 천적이 거의 없어 개체 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부터 환경부와 자치단체 주도로 시작된 대대적 퇴치 작전으로 현재는 뉴트리아의 40%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련기사 더 보기 ▶ 낙동강 유역 등에 1만 마리… 겨울 농가 '5㎏ 괴물 쥐'와 전쟁]

■황소개구리: 미국 남부가 원산지이며 국내에는 식용으로 1971년 도입됐다. 전국에 퍼져있는 황소개구리는 몸을 쭉 폈을 때 전체 길이가 40cm를 넘을 정도로 크다. 국내 토종 개구리, 물고기, 뱀까지도 잡아먹는 등 먹이사슬을 파괴한다. 2000년대 중반까지 포획 활동이 활발히 일어난 데다, 가물치 같은 천적의 등장으로 지금은 개체 수가 크게 줄었다. [관련기사 더 보기 ▶ 황소개구리, 말벌에 쥐, 새까지 잡아먹고 있었다]

■큰입배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1973년 담수어자원 조성 및 식용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성체는 몸길이가 30cm 정도이며 토종 어류의 치어와 알까지 다 잡아먹으며 생태계를 교란한다. 움직이는 것은 가리지 않고 덥석 삼키기 때문에 쥐 같은 작은 포유류가 큰입 배스의 몸속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관련기사 더 보기 ▶ 황소개구리 누른 큰입배스]

■꽃매미: 중국 남부 및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이나 국내 유입 경로는 확실하지 않다. 거의 전국에 퍼져있지만, 제주에는 아직 유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충과 성충 다 나무에 붙어 수액을 빨아먹는다. 이 과정에서 나무의 생장을 방해하고 잎이나 과실에 붙어 그을음병을 유발한다.

■서양등골나물: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다년생 풀로 1970년대 후반 국내에 들어왔다. 다른 풀들이 잘 자라지 못하는 아카시아나무숲에서도 잘 자라는 등 번식력이 좋고 저항세력이 별로 없다. 서양등골나물을 먹은 소의 유제품을 섭취할 경우, 변비나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일 수 있다. [관련기사 더 보기 ▶ 서양등골나물, 서울 일대 占領하다]

■가시박: 북아메리카 원산의 일년생 덩굴식물이다. 전국에 퍼져있으며 수목을 뒤덮고 자라는 특성 탓에 우리나라 자생 식물의 광합성을 억제하여 성장을 저해한다. 개체당 수천 개의 종자가 열리며 종자에 가시가 많아 제거에 큰 노력이 필요하다. [관련기사 더 보기 ▶ 식물에도 '황소개구리'가 있다]

우리나라의 생태계 교란생물 관리 실태

2017년 3월 26일 하남시 미사대교 인근 한강변일대 습지가 덩쿨식물을 뒤덮혀 있어 괴기하고 을씨년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팔당대교부근까지 수킬로에 걸쳐 다른 수종들을 뒤덮고 있어 생태계문제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생태계 교란 생물은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유입을 막는 게 가장 좋고, 유입됐을 때는 그 개체 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관리해주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는 생태계 교란 생물에 대한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을까.

생태계 교란 생물 퇴치사업
2009년부터 비무장지대, 국립공원, 창녕 우포늪 등 보호지역에 서식하는 생태계 교란 생물을 퇴치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2012년부터는 보호지역 외의 지역에 대해서도 시범 퇴치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뉴트리아 퇴치를 위해 생포트랩 설치, 수매 제도 도입, 퇴치 전담반 설치 등의 사업을 벌여 뉴트리아의 개체 수가 많이 감소했다.

생태계 교란 생물 모니터링
생물 다양성을 지켜내려면 생태계 교란 생물의 모니터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07년부터 매년 생태계 교란 생물의 분포, 출현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환경청,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알려주고 있다.

위해우려종 관리제도 도입
국내에 유입된 적이 없는 외래생물이 국내에 유입될 경우 우리나라 생태계 등에 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 생물을 '위해우려종'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제도다. 위해우려종으로 분류된 외래생물을 국내에 들여올 때, 전문기관의 심사와 환경부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또, 전국 어디서든 생태계 교란 생물을 포함한 외래생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관련 발간자료 및 보고서를 환경부 홈페이지에 제공하고 있다.

환경부는 생태계 교란 생물을 제거하는 데 있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한계점도 분명 있었다. 붉은불개미처럼 생태계 교란 생물의 의도하지 않은 국내 유입 상황에서 사전 예방적 관리가 미흡하고, 정부 부처 간 공동 대응 매뉴얼이 없어 초동대응이 늦었다. 또, 생태계 교란 생물 퇴치를 위한 지자체의 예산도 부족하다. 뉴트리아의 경우 포획 포상금으로 퇴치한 개체 수가 전체의 약 77%에 달하는데도 지자체(경남, 부산)의 퇴치예산 부족으로 꾸준한 사업추진이 곤란한 실정이다.

외래생물의 국내 유입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생태계 교란 생물의 유입을 막을 수 없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우리의 부족한 기술과 체계를 바로 잡아 생태계를 잘 지켜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래픽=이은경

■참고 자료
생태계 위해 외래종의 통합 관리 방안 연구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2004)
외래생물 유입에 따른 생태계 보호 대책(환경부, 2014.10)
'한국의 저서성 해양 외래종' 도감 (해양수산부, 2013)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환경부,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