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민간인 자문기구인 경찰청 산하 경찰개혁위원회와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의 성격을 놓고 논쟁을 벌였다.
개혁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인권 보호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경찰이 지난 6월 만들었다. 개혁위는 지금까지 촛불 집회 백서 제작, 집회 차벽 금지, 피의자 인권보호 방안 마련 등을 권고했고 경찰은 이를 모두 수용했다. 진상조사위는 개혁위의 권고로 지난 8월 설치됐으며, 용산 철거민 화재 참사, 쌍용자동차 파업 진압,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진압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를 조사하는 기구다. 6명의 민간 진상조사위원들은 2급 수사 기밀까지 열람할 수 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국감 시작부터 개혁위·진상조사위 회의 녹취록 자료 제출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개혁위원 면면을 보면 민변, 참여연대, 민주당 출신, 노무현 정부 출신 등 총 19명 중 15명이 좌파 진영"이라며 "개혁위와 진상조사위 회의 녹취록을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이는 국감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윤재옥 의원은 "최근 경찰의 정책 결정 과정에 개혁위 권고가 100% 수용되고 있는데, 어떤 논의를 거쳐 권고안이 마련됐는지 확인하는 것이 국정감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민간인들로 구성된 위원회 회의 녹취록을 요구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위원들은 공직자가 아니고 공권력 남용의 피해자도 일부 있다. 자율적인 발언을 보장받고 위원회에 나오신 분들에게 모든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이 접점을 찾지 못하자 유재중 행안위원장이 개회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정회를 선포하면서, 이날 국감은 파행 직전까지 갔다.
오후에 속개된 국감에서도 공방은 이어졌다.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위원회 구성이 정치적으로 한쪽으로 편향돼 있어 국민에게 욕을 먹는 것"이라며 "중립적이지 못하고 정부 입맛에 맞는 위원들로 채워졌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하루 전 개혁위의 요청에 따라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관련 민사소송에서 청구인낙(소송을 낸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을 하기로 한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경찰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