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수엄금, 불입, 짬찌…
군대에 다녀오지 않으면 뜻을 알기 어려운 한자어와 은어들이다. 군인들은 이런 단어들 가운데 ‘손대지 마시오’라는 뜻의 ‘촉수엄금(觸手嚴禁)’을 가장 시급히 고쳐 써야할 단어로 꼽았다.
박재현 상명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군대 은어 26개와 낯선 한자어 12개를 골라 군인들에게 사용빈도와 개선 필요성, 순화어의 수용 가능성에 관한 설문 조사를 최근 실시했다.
그 결과 군인들이 가장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 단어 1위는 ‘촉수엄금’으로 꼽혔다. 2위는 흔히 ‘납부’로 쓰는 ‘불입(拂入)’이었고, 3위는 신병 또는 계급이 낮은 군인을 부르는 ‘짬찌’로 조사됐다.
‘불빛을 가린다’는 뜻의 ‘등화관제(燈火管制)’와 빈 병을 뜻하는 ‘공병’이 그 뒤를 이었다.
순화어 수용 가능성 순위에서도 ‘촉수엄금’과 ‘불입’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이들 단어를 ‘손대지 마시오’와 ‘납부’ 등으로 고쳐 쓰고자 한다는 것이다.
개선이 필요하지만 수용 가능성이 낮은 단어도 있다. 군인들은 ‘뺑이 치다’가 개선될 필요가 있는 은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고생하며 힘든 일을 하다’로 고쳐 쓰면 어감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깔깔이(내피), 뽀글이(봉지 라면), 말년(전역 대기병) 등의 은어는 개선 필요성과 순화어 수용 가능성이 모두 낮게 나왔다. 이 용어들은 계속 쓰고 싶어한다는 뜻이다.
박재현 교수는 “군대 은어는 무엇을 지칭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어 의사소통의 혼란을 초래하고,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소외시킬 수 있다”며 “상대를 낮춰 부르는 의미가 담긴 군대 은어의 사용은 그 자체로 폭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글학회는 오는 13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리는 국어학 학술대회에서 이번 조사 결과를 포함해 청소년 언어, 직장 언어, 행정기관 언어, 법령 용어, 학술 용어 등에 대한 주제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