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년간은 강(江)이 우리 집이 될 거요. 하지만 우리는 실패하지 않을 거요. 온 세상이 우리의 발견을 기다릴 테니."
21일 개봉한 영화 '잃어버린 도시 Z'(감독 제임스 그레이)에서 아마존 유역 탐사에 나선 영국군 장교 '퍼시 포셋'(찰리 허넴)은 대원들에게 이렇게 엄포를 놓는다. 영화 제목인 '잃어버린 도시 Z'는 포셋이 평생 찾고자 했던 미지의 고대 문명에 붙였던 이름. 2009년 출간 직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던 르포 작가 데이비드 그랜의 동명(同名) 논픽션이 원작이다.
20세기 초 영국 군인이자 탐험가 포셋은 남미 아마존강 상류의 오지(奧地)에 고대 인류 문명의 기원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실존 인물이다. 그는 풍토병과 굶주림, 원주민의 공격이라는 삼중고에도 아마존강 일대 정글을 수차례 탐사해서 '당대 최고 탐험가'라는 격찬을 받았다. 하지만 포셋은 1925년 장남 잭과 함께 떠난 마지막 탐사에서 실종되고 만다. 이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 떠났던 후속 답사대마저 종적이 묘연해진다. 그 뒤 포셋 부자가 아마존 오지에 살아 있다는 풍문이 전설처럼 떠돈다.
잉카 문명이나 남극점에 인류의 발걸음이 닿은 뒤에도, 아마존 밀림은 여전히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미개척지로 남아 있었다. '황금의 나라' 엘도라도부터 아마존 여전사까지 숱한 전설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유다. 영화는 인류의 마지막 오지에 닿고자 했던 포셋의 집념을 지극히 온정적 시선에서 묘사한다. 이 때문에 영화는 미군 장군이 부대를 이끌고 베트남 밀림에 독립 왕국을 건설한다는 '지옥의 묵시록'의 선량한 버전에 가깝다.
최근 국내에도 출간된 논픽션은 현재와 과거를 부지런히 넘나드는 입체적 서술 방식을 택한다. 반면 영화는 현재적 시점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포셋의 답사 노력을 일대기식으로 그려낸다. 덕분에 주인공과 정서적 거리가 가까워지는 느낌은 들지만, 평면적 구성에 머문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원작 르포는 식민지 개척과 탐험이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던 당시 제국주의적 세계관에 대해 비판적 관점을 유지한다. 포셋이 아마존 탐험에 나서기 이전 이미 영국 정부를 위해 모로코를 답사하는 '스파이 활동'을 했다고 기술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반면 영화는 포셋을 순진무구한 이상주의자로만 묘사한다. 탐험가의 선의(善意)를 강조하는 '착한 영화'라고 볼 수 있지만, 여전히 서구 중심적 시선에서 탈피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