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게 없는지 눈으로 보고 냄새 맡고 오감(五感) 확인부터 하는 겁니다."

12일 오후 인천 남항 부두 인근 냉장창고. 전날 들여온 중국산 김치 2400박스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 경인지방식약청 검사관이 포장된 김치 박스 다섯 개를 빠른 속도로 뜯었다. 박스 하나 검사하는 데 1분 남짓 걸렸다. 식약처의 수입 식품 검사 방식은 ▲창고에서 물건을 살펴보는 '현장 검사' ▲수입 신고서가 기준에 맞는지 보는 '서류 검사' ▲검체(檢體)를 수거해 잔류 농약 등을 분석하는 '정밀 검사' 등으로 나뉜다. 그런데 인력·예산 문제로 '정밀 검사'까지 하는 비율은 전체 수입 건수의 23%(지난해 기준) 수준이다. 나머지 77%에 '방부제 김치' 같은 문제 식품이 들어 있을 경우 국민 밥상까지 오를 수 있다. 국내산보다 훨씬 싼 중국산 김치는 2014년 21만2644t, 2015년 22만4048t, 2016년 25만3973t 등 증가 추세다.

기준치 2800배 세균 나온 계란

중국산 식품 문제는 종종 불거졌다. 2008년 '멜라민 분유', 2005년 '말라카이트그린 장어'와 '기생충알 김치', 2000년 '납 꽃게'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성인 1004명을 조사한 결과, "중국산 식품이 안전하다"고 느낀 비율은 7%에 불과했다. 실제로 중국산 식품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12일 오후 인천 남항 부두 인근의 한 냉장창고에서 경인지방식약청 소속 수입식품검사관이 중국산(産) 수입 김치의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날 창고에는 중국산 김치 상자가 2400개(2만4500㎏) 쌓여 있었지만, 검사관들이 무작위로 골라 검사한 것은 다섯 상자(0.2%)에 불과했다.

식약처 식품안전나라 포털에 공개된 중국산 '부적합' 식품 내용을 보면, 이달 8일 들여온 염지란(양념을 넣어 가공한 알 제품)에서는 세균이 무려 1억4000만 마리 검출돼 기준치(5만 마리)의 2800배였다. 지난 7월 수입된 중국산 양념깻잎에선 대장균이 320마리 검출돼 기준치(10마리까지)의 32배였다. 식약처 발표대로라면 최근 빚어진 '살충제 계란'은 한 번에 126개까지 먹어도 될 만큼 위해도가 크지 않은데, 이보다 자칫 더 위험할 수 있는 식품들이 국내에 들어올 뻔했다는 것이다. 이근화 제주대 의대 교수는 "대장균이 많이 검출됐다는 건 제품 위생이 엉망이란 뜻"이라며 "세균성 대장균의 경우 출혈성 장염이나 용혈요독증후군 등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 중국산 김치에 방부제 적발]

중국산 수입 수산물에선 유해 중금속과 항생제 등이 검출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산 수입 미꾸라지에선 항생제인 페플록사신이 검출(0.0016㎎/㎏)됐고, 작년 5월 중국산 낙지에선 카드뮴이 기준치(3.0㎎/㎏)를 넘는 4.6㎎/㎏ 검출돼 반송·폐기되기도 했다. 국회 김명연 의원실이 식약처에서 받은 중국산 '농·임산물 및 수산물 부적합 현황'(2015년~2017년 8월) 자료를 보면 수입 단계에서만 부적합 적발 건수는 총 165건이었다. 수입 단계에서 걸러지지 못하고 이미 유통된 뒤 적발되는 경우도 있다. 식약처는 13일 "유통 중인 중국산 마늘종에서 잔류 농약(이프로디온)이 기준치의 6배 검출돼 회수·폐기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또다시 사후약방문은 안 돼"

식품 전문가들은 "수입 업자들이 무조건 싼 것만 찾다 보니 위생이나 품질에 문제가 있는 저품질 수입품이 종종 적발된다"고 말했다. 오상석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중국산 식품 전체에 편견을 갖기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나쁜 식품을 골라 들여오는 수입업자에게는 책임을 강하게 묻는 식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인 식품 안전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우리나라의 수입 식품 검사 시스템 자체는 선진적이지만, 문제는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하게 해야 하는 것"이라며 "대형 중국산 식품 안전사고가 터진 지 꽤 됐다고 해서 (안전 조치가) 느슨해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김치와 같은 다소비 식품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