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한모(여·40)씨는 며칠 전 아들의 스마트폰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아들이 접속했던 사이트 중에 '내 몸을 공개하겠다'며 한 초등학생이 올린 음란 동영상이 있었던 것이다. 같은 반 친구들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단톡방)에선 음란물 사이트의 주소가 공유되고 있었다. 한씨는 "어린아이들이 이렇게 쉽게 음란물을 보는지 몰랐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했다.

음란물을 처음 접하는 나이가 점점 낮아지면서 부모들이 당혹해하고 있다. "3~4년 전만 해도 5~6학년 아이들이 음란물을 봤는데, 요새는 2~3학년도 쉽게 음란물을 접한다"는 게 일선 교사들의 말이다. 부모들은 자녀의 스마트폰에 감시 앱(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거나 조기에 성교육을 하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다.

김지연(36)씨는 최근 1년에 3만원짜리 '스마트폰 감시 앱'을 자신과 초등학생 자녀의 스마트폰에 설치했다. 이 앱을 이용하면 자녀가 어떤 데이터를 언제, 얼마나 이용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녀가 친구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여주는 유료 앱도 있다. 김씨는 "스마트폰을 아예 없앨 수는 없어 아이와 의논한 후 앱을 설치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아이들은 이런 감시 앱을 무력화하는 방법도 공유한다고 알려졌다.

자녀들이 언젠가 음란물에 노출될 수밖에 없으니 어릴 때부터 제대로 성교육을 시키는 게 낫다는 부모도 늘고 있다. 요즘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전국 58개 성교육센터에는 학부모들로부터 "우리 아이도 성교육을 해달라"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할 수 있도록 방법을 가르쳐 달라"는 문의 전화가 잇따른다. 아빠들이 직접 자녀의 성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하기도 한다. '성교육 하는 아빠'란 블로그를 운영하는 성교육 강사 박제균(45)씨는 "부모 요청에 따라 4~5명 학생을 모아 소규모 성교육 과외를 진행하는데 여름 성수기 때는 한 달에 20건 이상 문의가 온다. 10월까지 강연 일정이 가득 찼다"고 말했다.

부모의 애정 행위를 자연스럽게 보고 자란 아이가 올바른 성 의식을 가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 외국의 성교육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는 부모도 있다. 서양의 성교육 영상은 성과 관련한 행위에 대해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게 특징이다. 하지만 "외국의 성교육 방식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면 아이가 오히려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가 음란물을 본다고 스마트폰을 뺏거나, 혼내는 방식으로 교육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강압적인 방법으로 자녀를 혼낼 경우 숨어서 음란물을 보거나 성에 대해 비뚤어진 생각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청소년성문화센터 김미경 센터장은 "음란물에 노출되기 전인 유치원 시기부터 나이에 맞는 성교육을 진행하는 게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