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에서 널리 화제가 됐던 동시 '중독' 시화.

“틈만 나면 게임한다고/중독이라 하지만//난, 학교 갔다 와서 할 뿐/난, 학원 갔다 와서 할 뿐/난, 밥 먹고 할 뿐/난, 똥 싸고 할 뿐//학교도안가학원도안가밥도안먹어똥도안싸/틈도 없이 하는 게 중독이지//틈도 없이 잔소리하는/엄마가 중독이지”

최근 몇 달 동안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은 동시 ‘중독’의 구절이다.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PC방 벽에 좌우명처럼 걸어놔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이 동시는 한 어린이가 이 시를 시화 작품으로 그린 것이 각종 커뮤니티를 강타했다. 당초 이 작품은 어린이가 직접 지은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실제로 이 시를 쓴 사람은 동시작가인 강기화(44) 시인. ‘중독’은 작년 출간한 동시집 ‘놀기 좋은 날’ 수록 작품이다. 그는 “문득 한국의 학생들은 ‘공부 중독’ 아닌가 하는 생각에 시를 쓰게 됐다”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병아리 시인으로서, 학생 독자들이 밝게 커주기를 바랄 뿐”라고 말했다. 이하는 강 시인과의 일문일답.

강기화 시인.

- 온라인상에서 '중독'의 시화가 화제였다.
"처음에는 내 작품이지 몰랐다. 지인들이 모바일 메신저에 사진을 올려도 그게 뭔지 몰랐다. 나중에 같이 아동문학 공부하는 동화작가가 알려줘서 확인해 보니 내 작품이었다."

- 왜 '중독'이라는 동시를 쓰게 됐나.
"중독을 처음 동시 전문 잡지에 발표했을 때도 잠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었다. 보통 어른들은 게임에 대해 부정적이고 교훈적으로 많이 쓰는데, 중독은 전혀 다른 관점에서 쓴 작품이다 보니 관심을 모았다. 생활 속에서 느낀 점을 편안하게 시로 옮겼다."

-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 들었다.
"큰 아이가 고교 1학년 남학생이다.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다. 나는 게임을 크게 제재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만 그런지는 몰라도, 적당히 하다가 알아서 잘 절제했다. 하지만 보통의 부모들은 이 정도 인내심을 가지기 어렵다. 당장 공부할 시간을 게임에 많이 빼앗기기 때문이다. 나 역시 아이가 중학교에 갈 때 비슷한 잔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반대로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게 됐다.
사실 학부모들이 공부 많이 한다고 '너 공부 중독이야'라고 잔소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자의든 타의든 공부 중독이다. 그런 문제를 뒤집어서 생각해보고 중독 동시를 쓰게 됐다."

- 시가 인터넷에서 회자되면서 달라진 게 있나.
"주위 지인들에게 전화를 많이 받았다. 시 청탁도 몇 건 받았다. 그리고 여러 곳에 강연을 다니는데, 내가 '중독'을 쓴 시인인지 모르는 분들께 말씀드리면 재밌어 하신다. 물론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 왜 동시작가가 됐나.
"처음에는 현대시를 썼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며 여러 작품들을 읽어보니, 아동문학서적이 너무 재미있었다. 그림책, 동시집, 동화책 등이 어릴 적 교과서에서 봤던 내용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아이에게 많이 읽어주다가 내가 더 빠져들게 됐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아동문학 공부를 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동시를 쓰게 됐다."

- 평소에 영감을 얻는 방법이 있나.
"아이와 함께 있는 매 순간 영감을 얻는다. 그리고 책을 많이 읽는다. 아동문학서적만이 아니라 인문학, 잡지, 신문 등을 읽으며 항상 현실에 깨어있으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