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한·중관계 장애 제거해야"… ]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대응을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의 나쁜 행동에 대해 상당히 엄중한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했고, 유엔 주재 미 대사는 "원치 않는 일이지만, 군사력 사용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미국에선 북의 이번 도발을 1962년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했던 사태에 비유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시진핑 주석은 어제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혈맹(血盟) 관계를 맺어왔고 25년 전 한국과 수교를 맺어왔다"며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또 "국제사회가 중국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유엔에서는 북이 도발을 중단하고 동시에 한·미도 군사 훈련을 중단하라는 이른바 '쌍중단(雙中斷)'을 다시 강조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북한의 미사일 활동이 격렬해질수록 중국을 더욱 압박하겠지만 북핵 문제 해결의 열쇠는 중국 손에 있지 않다"고 했다.

미·중은 4월 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놀라운 합의가 이뤄졌다"고 할 정도로 북 압박 공조에 뜻을 모았다. 그러나 3개월 만에 공조에 금이 가고 있다. 북은 이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ICBM을 발사했고 앞으론 더한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중국은 자기 일이 아니라는 투다. 미국, 중국이 한반도를 놓고 정면 갈등을 벌이고 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북도 문제, 미국도 문제라는 양비론(兩非論)을 되풀이해왔다. 최근 상황이 긴박해지자 유엔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여러 번 다짐했지만 행동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젠 대놓고 미국이 해결하라, 우리는 할 일 다 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핵이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영향력 확대가 더 문제라고 보는 중국의 본심(本心)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 양비론은 김정은 정권에게 틈을 줘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중국 인민들에게 부담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대북 송유 중단, 북한 근로자 추방 등 실질적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혈맹이라는 말을 거론하며 온정적 태도를 보인다면, 미·중 간 유례없는 대치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

시 주석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중국의 중대한 우려에 주의를 기울이기를 바란다"며 다시 배치 철회를 요구했다. 사드는 북 공격을 막겠다는 방어용 요격 시스템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중국에 이를 설명해봤지만 중국은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 북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계속 증강돼 왔다. 시 주석은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같은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북의 핵과 미사일 질주는 지금 당장 제어하지 않으면 레드라인(금지선)을 곧 넘을 것이다. 이미 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건 한반도에 파국적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중국이 북에 대해 가지고 있는 수단을 쓰기를 거부한다면 그때 한국, 미국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게 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