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나폴리의 포주올리만에 있는 고대 로마인의 방파제

현대 콘크리트 구조물은 50년도 못 가 부스러지기 시작하지만 2000여 년 전 고대 로마인들이 세운 콘크리트 방파제는 지금도 파도를 견뎌내고 있다. 비결은 바닷물에 있었다. 미국과 이탈리아, 중국 공동 연구진은 지난 3일 국제학술지 ‘미국 광물학자’에 “로마인이 만든 콘크리트는 바닷물과의 지속적인 화학반응을 통해 새로운 희귀 광물로 바뀌면서 강도가 강화된다”고 밝혔다.

유타대 마리 잭슨 박사 연구진은 이탈리아 나폴리의 포주올리만에 있는 로마 시대 방파제를 드릴로 뚫어 시료를 채취했다. 로마시대 건축가인 마르쿠스 비트루비우스는 기원전 30년에 화산암과 화산재, 석회를 바닷물과 섞어 나무판에 넣고 다시 바닷물이 스며들게 하는 방식의 콘크리트 제조법을 확립했다.

연구진은 시료를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고등광원연구소에 보내 X선 입자가속기로 분석했다. 그 결과 로마 콘크리트에서 구멍이 많은 ‘필립사이트(phillipsite)’라는 규산염 결정을 발견했다. 앞서 과학자들은 칼슘과 규소가 들어있는 희귀 광물인 ‘알루미늄 토버모라이트(tobermorite)’ 결정이 로마 콘크리트가 강한 비결이라고 밝힌 바 있었다. 이번 연구에서 필립사이트가 알루미늄 토버모라이트 결정과 함께 자라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은 로마 콘크리트 속 화산재 성분이 계속 바닷물과 접하면서 알칼리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새로운 광물들이 생겨난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아이슬란드의 화산에서도 이런 식으로 광물 결정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비해 현대의 콘크리트는 한번 굳으면 더 이상 화학반응을 하지 않는다.

연구진은 로마인의 지혜가 온실가스 감축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시멘트는 석회암에 열을 가해 만드는데 이로 인해 방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전체 방출량의 5%를 차지한다. 콘크리트의 수명을 수천 년으로 늘릴 수 있다면 시멘트도 덜 쓰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어들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