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작가 주호민이 파괴한 것들.

최근 MBC ‘마이리틀텔레비전’과 JTBC ‘잡스’의 종영에 인기 웹툰작가 주호민(36)이 한몫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파괴왕’ 주호민 작가가 출연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파괴왕’은 주호민이 거쳤던 모든 곳이 파괴된다’는 의미에서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은 주호민 작가가 출연한 지 3개월 뒤인 6월 10일, 프로그램 종영이 종영된다. JTBC 교양프로그램 '잡스'의 경우, 6월 1일 마지막 회인 ‘웹툰작가’편에 출연해 프로그램의 끝을 함께했다. 주호민 작가가 자신의 별명인 ‘파괴왕’을 다시 한 번 증명해 보인 셈이다.

주호민 작가도 자신의 별명을 알고 있다. 그는 올해 3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제가 어딜 다녀오거나 언급하면 사라진다”며 자신이 명실상부한 ‘파괴왕’임을 인정했다. 2013년에는 자신의 파괴 이력을 트위터에 밝히기도 했다. 주호민이 다녔던 전문대학 애니메이션과는 사라졌고, 아르바이트를 했다던 까르푸는 2006년 매장을 이랜드 그룹에 매각하고 철수했다. 그가 전역한 제101보병여단은 2007년 겨울 군부대 개편사업에 의해 사라졌고, 웹툰을 연재했던 ‘검지넷’과 ‘야후’는 모두 폐지됐다. ‘파괴왕’은 청와대까지 그 위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작년 10월 JTBC에서 태블릿PC를 입수했다는 보도를 하자 주호민은 트위터에 “지난주에 청와대 다녀오긴 했는데”라며 인증샷을 올렸다.

‘파괴왕’이란 별명은 그에게 숙명일까? 조규문 철학박사는 “주호민씨의 사주는 5000만 국민 중 40~50명만 가진 특이한 사주”라고 했다. 사주의 생년월일 생시 8글자 구성이 모두 충돌하고 있어 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한 곡절이 생길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조 박사는 “하늘에 떠 있는 달님으로 태어났기에 운의 흐름이 좋아 조상신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안 좋은 일들이 생기더라도 운 좋게 피해갈 수 있다”고 했다. 주호민 작가가 떠난 곳이 망하는 것이 아니라 망할 시기 전에 운 좋게 떠난다는 것이다.

웹툰작가 주호민을 보고 있자면 소설가 황석영(74)이 떠오른다. 황석영이 가는 곳마다 큰 사건이 벌어져 ‘사건왕’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2008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런 말이 있다. ‘황석영 가는 곳에 가지 마라, 큰일 난다’”고 했다. 황석영이 소설 ‘장길산’ 집필을 위해 광주를 찾았을 때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북한의 '조선문학예술총동맹' 초청으로 잠시 베이징에 체류했던 1989년엔 중국을 뒤흔든 천안문 사건이 일어났다. 1989년 베를린예술원 초청 작가로 독일에 체류할 땐 베를린 장벽이 붕괴됐고 2005년 런던대학교의 초청을 받아 갔더니 영국 최악의 테러로 일컬어지는 ‘런던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조규문 박사는 “황석영 작가도 절반 이상이 부딪히는 글자로 사주가 구성돼 있다. 유명세와 상관없이 살아가면서 풍파가 많고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날 수 있는 팔자다. 업무적으로 문제가 생기거나 명예가 훼손되고, 금전적으로 손실이 생길 확률이 있다. 다만 그렇게 한 번씩 부딪히면서 더 유명해지고 커질 수 있다”고 했다.

조 박사는 “주호민씨가 하늘의 달이라며 황석영씨는 하늘의 태양이다. 달보다 태양이 더 큰 만큼 국가적 영향력이나 이미지, 빛 등은 황석영씨가 더 세다. 태양이라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라 작품이 사회문제를 다루거나 현실적인 내용이 많다. 반면, 주호민 작가는 달이라 신비스럽고 민속적이다. 사후세계나 신화를 다룬 ‘신과 함께’ 작품이 성공한 것도 그 때문이다”며 “두 분 다 쉽지 않은 인생이지만 귀인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쯤되면 주호민 작가와 황석영 작가, 이 둘의 다음 행보가 무섭기까지 하다. 네티즌들은 “역시 파괴신은 과학인가요?”, “황석영 작가도 인생 파란만장하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조씨는 “결국 사주도 확률이다. 전부 100% 맞는 것은 없다. 노력 여하에 따라 운명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