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는 인삼 잎을 말려 사시사철 차로 달여 마시고, 그 물로 목욕을 하며 건강은 물론 고운 피부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인삼의 7효설 중 하나인 '탁독합창(托毒合瘡)'은 체내의 독을 제거해 피부를 곱게 만들고 종기를 삭히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홍삼이 기미, 주름 등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인 연구결과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먹고 바르는 홍삼, 피부 미백·주름 개선

서울대 보라매병원 피부과 조소연 교수와 서울대병원 정진호 교수팀은 40세 이상 여성 82명을 대상으로 홍삼의 효능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다. 홍삼 분말을 1일 3g씩 24주간 섭취하도록 한 결과, 가장 깊은 주름은 23.5%, 평균 주름은 19.0% 감소했고, type-1 프로콜라겐은 홍삼 섭취 전과 비교해 85%, 단백질 발현량은 약 65% 증가하는 등 피부 주름이 개선됐음을 확인했다.

특히 홍삼의 아르기닌-프럭토스 성분은 활성산소에 의해 생기는 생체조직의 손상을 방어하는 항산화 활성 촉진 작용과 노화 억제에 효과적이며, 진세노사이드 F1은 각질 세포 사멸을 감소시키고, 진세노사이드 Rb2는 피부 세포를 증식시켜 주름을 개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부산대학교병원 김문범, 송마가렛 교수팀은 여성 기미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24주간 하루에 3g의 홍삼 분말을 섭취하도록 한 후 색소침착과 홍반의 정도, 기미 중증도 척도(MASI·melasma area and severity index), 기미 환자의 삶의 질 평가척도(MELASQoL) 등을 분석한 결과 홍삼이 기미 개선에 효과적임을 확인했다. 홍삼을 섭취한 여성 기미 환자의 평균 색소침착 정도는 184.3에서 159.7, 홍반 정도도 253.6에서 216.4로 감소했다. 또한 기미의 임상적 호전 정도를 측정하는 척도인 MASI도 8.8에서 5.6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학교 유전공학과 황재성 교수는 홍삼을 피부에 바르면 자외선으로 인한 기미·주근깨 등 색소침착을 예방하고 완화해 피부 미백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밝혔다. 황재성 교수팀은 쥐의 피부각질 세포에 UVB 자외선 30mJ/㎠를 조사시키고 3~6시간 후 생체 염증 유발 신호인자(GM-SCF)가 발현, 사포닌 20PPM 수준으로 처리한 그룹에서는 염증 유발 신호인자가 대조군 대비 69% 억제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전남대 김성호 교수·한국원자력의학원 이해준 박사팀은 홍삼을 먹거나 바르면 주름·피부 두꺼워짐 등 전반적으로 피부 노화가 억제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쥐를 4개 그룹(생리식염주 주사군, 홍삼 주사군, 일반 크림 도포군, 홍삼 추출물 0.2%가 포함된 크림도포군)으로 나눠 각 군의 등 부위에 90mJ/㎠ 세기의 자외선을 주 3회씩 22주 동안 조사시킨 결과 홍삼을 투여하거나 발랐을 때 자외선에 의한 주름 형성이 유의미하게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해준 박사는 "홍삼 섭취와 도포를 병행하면 피부 노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역력 증진, 피로 해소, 혈행 개선, 기억력 향산, 항산화 등에 효과적인 홍삼.

◇아토피피부염 가려움증·염증 수치 낮춰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조상현 교수팀은 '아토피피부염 동물모델에서 홍삼 추출물의 치료 효과' 논문을 통해 홍삼이 아토피피부염을 치료한다는 내용과 기전을 규명했다. 홍삼은 아토피피부염을 앓는 동물의 염증세포 수치인 IgE와 IL-31을 각각 39%, 20.5% 낮춰 염증을 억제하고, 경표피 수분 손실을 20% 낮췄다. 또한, 아토피피부염의 대표적인 증상인 가려움증과 긁는 횟수를 약 40% 완화해 물리적 자극으로 인한 2차 피부 손상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려움·부종으로 인한 피부 두께(귀 부분)는 홍삼 섭취군에서 25% 감소해, 면역억제제(15% 감소)나 달맞이꽃 종자유(8% 증가)보다 훨씬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 홍삼, 오해와 진실

홍삼은 체온을 상승시킨다? "NO"

홍삼은 혈류량을 증가시켜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우리 몸에 에너지를 빠르게 공급하고 에너지 대사량에 따라 열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농촌진흥청)·중국·캐나다 과학자들이 2010년부터 3년 동안 공동연구한 결과, 고려인삼이 열을 올린다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 참여자들에게 고려인삼과 서양 삼, 위약(인삼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효과는 없는 물질)을 복용시킨 후 체온과 열이 오를 때 나타나는 30여 개 증상을 점수로 환산한 결과 모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없었다. 한국 농촌진흥청은 이 연구결과를 2012년 9월 중국에서 국제심포지엄을 통해 발표했다.

지표 성분 높을수록 효능 좋다? "NO"

지표 성분이란 원재료에 들어있는 성분 중 대표성, 안정성, 분석 용이성 등을 고려해 설정하는 것으로 전체 원재료의 효능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즉 홍삼의 지표 성분이란 홍삼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표시성분으로, 홍삼의 전체 함량이나 효능을 모두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홍삼은 Rg1·Rb1·Rg3의 합이 2.5~34㎎/g을 충족해야 한다.

도움말=박정일 서울대 약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