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사회가 '여성 모드'다…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한국이 나는 두렵다."
지난해 웹툰 '스시녀 김치남'을 연재하다 일부 극단적 여성 네티즌들의 악플 세례로 활동을 중단한 일본인 블로거 고마쓰 사야카(여·37)씨가 책 '악플 후기'를 냈다. 2001년 한국에 건너와 부산대를 졸업하고 일본어 강사로 활동 중인 사야카는 지난해부터 일본 주부의 일상을 웹툰으로 옮겨 유명해졌다. 그러다 '남자가 돈 내는 게 당연한 사회 분위기' 등을 지적하면서 일부 여성에게 "남자한테 붙어 창녀같이 사니 좋으냐" 같은 폭언의 대상이 됐다.
이번 책은 그에 대한 반박문인 셈. 내용이 첨예해 책을 내주겠다는 출판사가 없어 결국 자비 출간했고, 사전 신청자 1000여 명에 한해 최근 배송을 마쳤다. 사야카는 "수익금 전액은 군필자 지원 단체를 만드는 데 쓸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 6장(章)으로 구성된 책은 군가산점과 출산 등 해묵은 남녀 갈등을 아우른다. "출산의 경우 사회문제로 인식돼 지속적으로 논의·보완되고 있지만, 군대의 경우 전혀 그렇지 못하다"(군가산점)거나 "데이트 비용 몇 만원으로 이렇게 논란이 큰 건 대한민국에 사랑이라는 관념이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더치페이)라는 식이다.
한국 여성을 조롱하는 '김치녀' '맘충'(몰상식한 주부) 등 신조어에 대해서도 "이런 단어가 생긴 건 유감이나 사회현상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도 한순간에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고 짚었다. 주변은 아랑곳없이 식당 식탁에서 아기 똥기저귀를 갈던 친구의 사례를 통해 "잘못은 절대 인정 않고 적반하장식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백날 '그런 여성은 소수에 불과하다' 해봐야 소용없다. 현실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행동해야 한다."
지난해 들끓었던 '여성 혐오' 논란에도 날을 세운다. 갈등의 이면에 '여성에 대한 모든 편견'을 뜻하는 영어 '미소지니(misogyny)' 를 '여성 혐오'로 번역한 오류가 있었다는 것. 극단적 단어로 옮긴 데다 적용 범위가 너무 넓어 누구도 혐오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 남성의 현주소에 대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사회적 고아' '유기(遺棄) 남성'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한다. "남성에 대한 성차별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가족 부양 책임도 막중하고 일 못하면 쓸모없는 사람 취급 당하는 것도 여전하다. 한국에서 여성의 괴로움은 문제가 되는데 남성은 그렇지 않다. 경청해주지도 않는다." 이런 현상은 일본의 '초식남(草食男)'처럼 남성들의 책임 회피와 자존감 약화를 불러 결국 여성에게도 피해가 갈 것이라 지적한다.
이어 "이제는 '남성학'이 필요한 때"라 주장한다. 일본에선 1990년대부터 연구가 시작된 학문. 남성들을 향해 "인터넷에 숨어 하는 비판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입력 2017.05.0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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