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비(非)유승민계 의원 14명이 1일 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긴급 회동해 보수 후보 단일화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2일 오전까지 유승민 후보가 단일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집단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귀하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 후보가 이날 대선 완주 의사를 재확인 하면서, 지난 1월 창당한 바른정당이 사실상 분당(分黨) 수순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바른정당 의원 14명은 2일 오전 중 국회에서 탈당 여부 등에 대한 거취 표명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 14명은 이날 저녁 8시 50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홍 후보와 회동했다.

회동 모두 발언에서 김성태 바른정당 의원은 "홍 후보의 보수 대통합에 대한 의지와 소신을 듣고 싶다는 의원들의 바람을 담아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홍 후보는 이에 "여러분들이 좀 도와주면 정권을 잡을 자신이 있다"며 "좌파에게 정권이 넘어가지 않도록 여러분이 힘을 합해서 도와달라. 그러면 내가 이길 자신이 있다"고 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 홍 후보는 의원들에게 "도와달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후보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함께 하자고 나를 부른 것 아니냐"며 "이분들이 이루고자 했던 보수 대혁신을 같이 이루자고 내가 얘기했고, (의원들의) 의논 결과를 (이철우 한국당) 사무총장을 통해서 다시 듣기로 했다"고 했다. 바른정당 의원들은 홍 후보가 나간 뒤 20여분가량 논의를 이어갔다.

이날 회동에 배석한 이철우 한국당 총괄선대본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내일 아침에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한다"며 "(바른정당을) 탈당하고 (한국당에) 복당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바른정당 의원들은 "아직 결정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내일 아침에 모여서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황영철 의원은 "보수가 대통합을 통해 재건을 이뤄야 한다는 요청이 많다"며 "오늘 이 자리를 만들기까지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에, 의원들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회동에 참석한 바른정당 의원 14명이 조만간 홍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한국당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14명은 김재경, 박순자, 이군현, 권성동, 김성태, 김학용, 여상규, 이진복, 홍문표, 홍일표, 황영철, 장제원, 박성중, 정운천 의원이다. 이들이 모두 탈당하게 되면 현재 32석인 바른정당의 의석수는 18석으로 줄어들게 돼 원내교섭단체의 지위를 잃게 된다.

김무성·정병국·주호영 바른정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저녁 시내 모처에서 유 후보에게 범보수 진영 단일화를 위한 홍·유 후보 단일화 여론조사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 후보는 이를 거절했고, 이 소식을 전해들은 비유승민계 의원들이 이날 밤 홍 후보와의 회동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후보는 이날 여러차례 대선 완주 의지를 재확인했다. 유 후보는 페이스북에 "우리는 뜻을 품었고 그 뜻이 옳다고 믿는다. 시작은 언제나 작고 미미하지만, 그 길이 옳은 한 끝은 창대하리라. 나 유승민은 끝까지 간다"고 썼고, 기자들과 만나서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단일화는 없다"고 했다.

탈당이 예상되는 바른정당 의원들은 그동안 유 후보에게 한국당 홍 후보·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3자 후보 단일화'를 요구해왔다. 앞서 이들을 포함한 바른정당 소속 의원 20명은 3자 단일화를 추진하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단일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단 탈당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 3선 의원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유 후보의 헌신과 희생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했다.

이들의 집단 행동에 유 후보 측 의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유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그 사람들은 소신도 신념도 없이 무슨 바른 정치를 하겠다고 나와서 당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양측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3선인 김영우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장 탈당까지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다. 좌파집권을 막기 위해서라지만 그것이 목적이라면 탈당도 늦었고 후보단일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며 "선거 때문에 공당의 의원이 갑자기 탈당을 하거나 다른 당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것은 비민주적인 정치 행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