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의 한 아파트에 사는 최미란(41)씨는 밥·국을 만들 때 쓰는 물은 물론 식수(食水)도 수돗물을 받아서 그냥 마신다. 2년 전만 해도 수돗물을 마시기 꺼림칙해서 한 달에 3만~4만원씩 주고 생수를 사 먹었다는 최씨는 "이젠 수돗물에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수돗물에서 소독약 냄새도 거의 안 나고, 집에 있는 인터폰으로 수질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해 10월 파주 지역 주민 600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최씨처럼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경우가 36.3%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 평균 수돗물 음용률(3~4%)의 약 10배 수준이다〈그래픽〉. 수돗물을 그냥 마시기보다 정수기를 설치하거나 생수를 사 먹는 가구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파주에선 오히려 수돗물 인기가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인구 약 40만명이 사는 파주시도 원래는 수돗물 음용률이 지역마다 1~5% 등 전국 평균과 엇비슷했다. 하지만 파주시 수돗물의 질을 특별히 관리, 개선하는 '스마트 워터 시티(SWC)' 사업이 2014년 4월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면서 수돗물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자원공사는 "파주시는 (수자원공사가) 상수도를 위탁 관리하는 전국 22개 지자체 중 SWC 사업을 맨 먼저 시작한 곳"이라며 "지난 3년간 파주시에 약 78억원을 투입해 벌인 수돗물 개선 사업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선 사업은 ①냄새 최소화 ②정보 제공 ③방문 서비스 등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경기도 파주에 사는 최미란(41)씨의 아파트를 방문한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가 주방 수도관 내부를 내시경 장비로 점검하고 있다.

우선 수돗물에서 나는 소독약 냄새를 최소화하는 설비를 갖췄다. 수공 관계자는 "각종 미생물 등을 제거하는 염소 성분 소독제를 정수장에서 한꺼번에 투입하면 정수장에서 가까운 가구에서는 냄새가 날 수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주시에서는 수돗물이 이동하는 구간별로 염소를 분산 투입하는 설비를 갖춰 수돗물에 잔류하는 염소량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소 투입량이 줄어들면서 염소가 수돗물 속 물질과 반응해 생기는 '소독 부산물'의 양도 "기존 수돗물에 비해 약 23% 감소했다"고 수공은 전했다.

주민들이 수질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췄다. 파주 시민들은 아파트 단지 내 전광판이나 인터폰 화면, 스마트폰 등을 통해 언제든지 직접 수질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수돗물에 대한 주민 불신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자원공사는 지난 3년간 파주시 아파트 단지와 학교 등 9곳에는 저수조 내부 모습을 비추는 CCTV 화면을 스마트폰 앱과 아파트 내 전광판, 집에 있는 인터폰 등으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수공 관계자는 "눈으로 저수조 상황을 직접 확인시키는 방식으로 주민들을 안심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주민들이 요청하면 즉각 가정을 방문해 ▲내시경으로 주방 수도관 내부를 비춰 이물질이 있는지 정밀 검사 실시(워터 닥터) ▲잔류 염소 등 7개 항목에 대한 수질 검사 시행(워터 코디) 등 서비스도 수돗물에 대한 주민 불신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했다고 수공은 전했다. 수공 관계자는 "세종시도 국비와 지방비 60억원씩 총 120억원을 투입해 관련 설비를 2020년까지 갖추고, 다른 지자체에도 SWC 사업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