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번 주 후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 대한 헌재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한 주가 시작됐다. 그러나 지난 주말도 서울 광화문 일대는 촛불과 태극기로 쪼개졌다. 한쪽에서 "탄핵 인용, 박근혜 구속"을, 다른 한쪽에서는 "불법 탄핵, 원천 무효"를 외치며 가파르게 대치했다. 민주당에선 대선 주자들과 당 지도부가, 자유한국당에선 대선 주자들과 친박계가 총출동했다. 태극기 집회 측은 헌재 선고일이 잡히면 그날 헌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촛불 단체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헌재 결정에 무조건 승복" 응답이 50.6%였다. 반면 "헌재 결정에 문제가 있다면 반대 의사를 밝혀야 한다"가 44.6%였다. 승복과 불복의 차이는 오차 범위 내에 있었다. 헌재 결정이 탄핵으로 나면 태극기 집회가, 기각으로 나면 촛불 집회가 계속될 것이란 뜻이다. 시위 양상은 지금보다 더 격렬할 수 있다. 심각한 일이다.
법원 판결에 불복할 수 있다는 국민이 44%에 달한다는 것은 우리의 허약한 법치 기반을 그대로 보여준다. 탄핵 문제를 법 절차에 넘긴 것도 제 뜻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는 것인가. 법원 판단에 무조건 승복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완벽한 정의(正義)여서가 아니다. 사회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법적인 판단을 재판관이 아닌 군중(群衆)이 내릴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언젠가는 무너진다.
감정적이고 책임 없는 군중을 합리적인 길로 이끌어야 할 정치인들은 표를 얻으려 군중에 영합하고 있다. 군중에 이끌려 가는 나라는 관성에 따라 굴러가는 것뿐이다. 지금 대한민국 처지가 딱 그렇다. 나라 안팎에서 풍파가 동시에 밀려오는데도 우리끼리 물고 뜯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
이제 모두가 헌재 결정 이후를 생각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헌재 결정 외에 다른 길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미 국민적 리더십은 회복될 수 없게 됐다. 야권 대선 주자들은 탄핵이 되면 두 달 만에 권력 꽃가마를 탈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집권한다고 해도 '촛불 대통령'이란 모자를 쓰고선 심각한 역풍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기각돼도 무조건 승복하겠으며 어떤 경우든 대결, 증오, 보복, 이분법 정치를 그만두고 통합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헌재 결정보다 그 이후가 더 중요하다. 모두에게 그렇다.
입력 2017.03.06.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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