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행기 소음 때문에 TV 보거나 전화할 때 소리를 듣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문재한 강원 양양군 손양면 이장협의회장은 매일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들려오는 경비행기 소리에 만성 두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밤에 잠을 자려 누우면 귓속에서 '웅~' 하는 소리가 들리는 이명(耳鳴) 증상까지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손양면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최인호씨는 "손님들이 경비행기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며 환불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재 양양공항의 국내 노선은 김해와 제주뿐이다. 지난해 양양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8만7593명에 그쳤다. BBC가 양양공항을 ‘세상에서 제일 조용한 공항’이라고 보도했던 2009년 양양공항의 총이용객은 3000명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양양 공항 인근의 훈련용 경비행기 소음 피해는 2015년 3월부터 불거졌다. 서울지방항공청은 김포공항 소형 항공기 항공 안전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2014년 5월 훈련용 경비행기의 주기장(駐機場)을 김포공항에서 지역 공항으로 분산하기로 했다.

이 중 한 곳이 양양국제공항이다. 2002년 4월 문을 연 양양국제공항은 2002년 11월 영동고속도로 강릉터널 개통 이후 이용객이 급감했다. 개항 초기 하루 7회 운항하던 국내 항공 노선은 2004년을 기점으로 대부분 중단됐다. 국제 항공 노선 역시 비정기 노선만 운행되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강원도의 중동부에 위치한 양양군은? ]

양양공항은 '유령 공항'이란 오명(汚名)과 함께 혈세 낭비의 사례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지난해 양양공항의 적자 규모는 90억원에 달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적자 규모도 75억원가량이다. 공항 이용객도 들쭉날쭉하다. 개항 첫해 21만명에서 2009년 3000명까지 줄었다가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은 2014년엔 23만명까지 늘었다. 하지만 이용객 수치가 다시 줄어 작년엔 8만8700명까지 떨어졌다. 서울지방항공청은 양양공항의 일반 항공기 운항에 지장을 주지 않고 경비행기 훈련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2015년 3월 1차로 양양국제공항에 10대, 작년 12월에 6대의 경비행기를 추가 배치했다.

하지만 이후 소음 피해 민원이 터져 나왔다. 양양국제공항에선 현재 17대의 경비행기가 하루 120회가량 뜬다. 단순 이착륙 훈련을 제외한 일반 비행 훈련은 한 번에 평균 60~90분쯤 걸린다. 보통 경비행기 3대가 한 그룹을 이뤄 4분 간격으로 이륙한다. 비행 시간대인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시간 동안 사실상 계속 훈련이 이어지는 셈이다. 주말에도 마찬가지다. 이용객이 적은 적자 공항으로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던 양양공항이 이제는 소음 공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소음을 없애달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자 서울지방항공청은 지난해 4월 주민간담회를 갖고 야간비행 금지와 이륙 지점 변경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낮 시간대 피해는 여전했다. 결국 최근 김수곤 서울지방항공청장이 손양면사무소를 찾아 주민들을 만났다. 손양면 학포리와 동호리, 여운포리, 가평리 등 공항 인근 주민 100여명이 참석해 경비행기 이전 배치와 휴일 운항 금지, 비행 항로 변경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수곤 서울지방항공청장은 "오는 11월을 전후해 훈련용 경비행기 전용 공항 구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