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내가 이상한 건지 세상이 이상한 건지 종종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잘못된 세상 때문에 내가 손해보는 것 같은데 남들은 아니라 합니다. 분명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은데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검증의 장 를 만들었습니다. 여러분 가슴속에 항상 지니고 있던 의문, 그것이 정말 여러분만의 것이었는지를 저희가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Premiumchosun@naver.com으로 연락주세요. 정기적으로 전해주신 의견 중 하나를 골라 공개게시글로 만들겠습니다. 의견 주신 분들 신상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됩니다. 네티즌 반응을 통해, 그간의 의문을 해소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의견 주실 때 특별한 양식은 필요치 않습니다. 이메일 제목에 만 붙여 주세요. 필요시 추가취재도 진행할 수 있으니, 연락처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노량진 공시생
노량진 독서실에 다니는 공시생이에요. 평소 예민한 편도 아니고 교우관계도 좋습니다. 공부하면서 인간관계에 감정소모하기는 싫은데, 최근 독서실에 새로 오신 분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서 미치겠습니다.
일단 그분은 기본 예의가 없습니다. 지퍼가 달린 두꺼운 외투를 입고 오는데, 열람실에 들어와서 ‘부욱’ 내립니다. 부스럭거리는 건 기본이고요. 조용히 공부하다 리듬 팍 깨집니다. 2차로 가방 지퍼를 또 부욱 엽니다. 지퍼는 바깥에서 열고 들어오시라고 포스트잇을 매번 붙이는데도 구겨서 버리시네요… 이미 들어올 때 안내를 받으셨을텐데도 무시하시는 건 일부러 남들 공부 못하게 방해하려는 걸까요?
또 있습니다. 그분이 얼마전부터 감기 걸리셨는지 수시로 ‘음, 음!’ 하며 목을 가다듬는 소리를 냅니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끼리는 ‘음음충’ 이라고 불러요. 재채기도 아니고 그런 소리는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참다못해 총무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제 자리에 포스트잇을 붙이더라고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건강때문인데 같은 처지끼리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집중력이 부족하신 건 아닐까요”. 정말 황당한데 저 이분이랑 싸워도 될까요?
#독서실 음음이
독서실 예민종자 때문에 미치겠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순찰하듯 자리를 돌면서 책상이며 게시판에 포스트잇을 붙여대는데, 볼 때마다 기분이 상합니다. 목 가다듬는 소리 내지 말라, 책 넘기는 소리 내지 말라, 숨 크게 쉬지 말라, 소리 안나게 양말을 신어달라… 아주 가지가지 합니다.
다른 건 이해하더라도 기침이나 목에서 나는 소리까지 지적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닌가요? 제가 열람실에서 코를 세게 푸는 것도 아니고 손톱을 깎는 것도 아닌데요. 기침 한 번 하려고 밖에 나간다면 문소리가 더 크고 거슬리지 않을까요? 제가 너무 배려가 부족한겁니까?
그렇게 작은 소음까지도 못 견딘다면 집에서 방음벽을 설치해놓고 공부해야 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꼭 집중력 딸리는 사람들이 작은 소리 하나하나에 신경쓰면서 남을 괴롭히더라고요. 포스트잇 쓰는 시간에 책을 한 줄 더 읽는 게 어떨지요.
노량진·신림 일대 독서실을 분노하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 ‘킁킁이’, ‘달달이’, ‘훌쩍이’, ‘음음이’ 등이다. 벌레 충(蟲)자를 붙여 ‘음음충’, ‘킁킁충’등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이중 에어컨을 자주 트는 여름, 추운 겨울 할 것 없이 코를 킁킁대는 ‘킁킁이’와 콧물을 훌쩍이는 ‘훌쩍이’가 가장 악명높다. 시도때도없이 다리를 달달 떠는 ‘달달이’도 있다. “나도 모르게 떤다”고 변명하는 경우가 많다. ‘음음이’도 있다. 습관적으로 목을 가다듬거나 가래를 넘기며 ‘음!’하는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다. 흡연자거나 호흡기 질환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이외에도 문을 소리내어 열고닫는 ‘문쾅충’, 시도때도 없이 쌕쌕대며 잠을 자는 ‘잠만보’, 틈만나면 한숨을 푹푹 쉬는 ‘뿍뿍이’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고충을 반영하기 위해 신림, 노량진 일대 고시원에서는 입실시 총무가 고시원 내부 규칙을 상세히 안내하기도 한다.
열람실 안쪽에서 지퍼를 큰소리로 열고 닫거나 노트북 타자를 치는 행위,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두거나 코를 골며 자는 행위는 대부분 노량진 독서실에서 금지된다. 이어폰 음량을 높여 밖으로 새어나오게 하거나 펜을 소리내어 책상에 집어던지는 행위, 입으로 소리내며 암기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일부 독서실에서는 주변의 소음을 덮어주는 백색소음기를 설치해 생활 소음을 줄여주기도 하지만, 하루 7시간 이상 앉아서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수험생들은 작은 소리에도 예민한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옆으로 전염되니 한숨을 쉬지 말라”거나 “외투를 밖에서 벗고 들어가라”, “딸깍 거리는 소리가 방해되니 멀티펜 사용을 금지한다”는 등 엄격한 규칙을 세우기도 한다.
이렇게 수험생 친화적인 정책을 유지하다보니 수험생이 도를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도 한다. 아래 사진에서 나타난 ‘독서실 일진’들이 그 예다. 독서실이나 도서관에서 ‘텃세’를 부리며 규칙에 관계없이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사람들이다. 이 외에도 “샤프를 쓰지 말라”거나 “숨을 작게 쉬어라”, “생수병 뚜껑도 밖에서 따고 들어오라”며 히스테리를 부리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한 여성 네티즌이 “이런 쪽지를 받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며 포스트잇 사진과 함께 글을 올리기도 했다. 포스트잇에는 “공시생이 매일 커피를 사들고 오는 건 사치”라며 “같은 수험생끼리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느껴지니 자제 부탁드린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참고로 이 여성이 매일 들고오던 커피 브랜드는 저가 프랜차이즈 ‘빽다방’이라고 한다. 아메리카노 한 잔에 1500원, 라떼 한 잔에 2500원이다.
같은 처지의 수험생들끼리 서로 조심하고 배려하는 것은 기본이다. 인터넷 게시판도 새로 들어가면 ‘닥눈삼(닥치고 눈치 3달)’ 하듯 자신이 다니는 독서실의 분위기를 파악 하는 것도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여럿이 사용하는 환경이 내 예민한 감각을 100퍼센트 만족시킬 수는 없다. 시도때도 없이 붙이는 포스트잇 민원은 많은 사람을 불쾌하게 할 뿐이다. ‘예민종자’로 매도당하기 싫다면 적당한 소음은 둥글게 이해해주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