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기름장어'란 별명에 대해 "나를 좋게 평가하기 위해 나온 말"이라고 했다. 현재 야권 등에선 그가 정체성이나 이념이 불분명하고 듣기 좋은 말만 하고 다닌다는 부정적 의미로 이 별명을 사용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궁금한 점을 물어보시면 직접 답변하겠다"면서 그 첫 번째로 자신에게 '기름장어(slippery eel)'란 별명이 붙은 배경을 설명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기름장어란 별명은 (2006년)UN으로 떠나는 저에게 외교부 출입기자들이 '어려운 일을 매끄럽게 잘 풀어나간다'는 의미로 붙여준 것"이라며 "당시 기자단 여러분께서 선물해주신 액자는 사무총장 재임기간 동안 집무실에 걸어놓고 간직했다"고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


글과 함께 게시된 동영상에서도 반 전 총장은 독일 통일을 이끌었던 한스-디ㅡ리히 겐셔 전 독일 외무장관이 사망 당시 'slippery man(미끌거리는 사람)'으로 불렸던 사실을 언급했다. 반 전 총장은 "기름장어든지 기름 바른 사람이든지, 당시 어려운 냉전 하에서 미국과 소련, 프랑스, 영국 등 주변 국가들과 관계를 잘 맺음으로써 통일을 이룰 수 있었다"며 이런 면에서 높이 평가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기름 장어'는 아주 좋은 말로도 해석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실제 외교부 장관이었던 반 전 총장이 UN 사무총장이 되어 떠나자 당시 외교부 출입기자들은 '만유'라고 적은 액자를 선물했다. 이는 기름장어란 뜻의 '만유(鰻油)'와 한가롭게 두루 다니며 구경하고 논다는 뜻의 '만유(漫遊)'를 동시에 뜻하는 중의어로 일종의 언어 유희였다. 반 전 총장은 매우 기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