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드라마 '도깨비'의 인기가 뜨겁다. 연일 화제에 오르내리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도깨비(공유)다. 극 중 도깨비 신부 지은탁(김고은)이 말했던 "남친(남자친구) 뒷조사".
우리도 한번 해봤다.

[드라마 '도깨비'가 몰고온 공유 시대]

[얼얼하다… 도깨비가 휘두른 상상력에]

'도깨비'란 말이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확실히 정립되어 있지는 않고, '독각귀(獨脚鬼)'란 말에서 음운 변천해 왔을 거라는 의견과, 도깨비의 어원이 '돗구+아비'로서 절굿공이를 은유하여 생긴 말이라는 견해가 있다. 또한, 조선 초기 1459년에 발행된 '월인석보*(月印釋譜)'에 '돗가비'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이전부터 '돗가비'라는 잡신의 명칭이 사용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이때의 돗가비는 '돗 + 가비'의 합성어로 판단되며, '돗'은 알타이어 계통의 어근으로 볼 때, '불(火)'이나 '씨앗(種子)' 등의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예전에 우리는 새로 이사한 집에서 초청을 받을 때 양초나 성냥을 선물하는 풍습이 있었다. 성냥으로 불을 켜듯이 새집에서 잘 살라 하는 속신(俗信) 때문이었다. 따라서 '돗'은 풍요의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뜻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비'는 아버지 등의 의미가 있으며, '장물애비', '처용아비' 등의 용례로 볼 때 성인이 된 남자 등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돗가비는 풍요를 관장하는 남신(男神)의 역할을 맡고 있었던 신격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도깨비는 재산을 불릴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남성신(男性神)이었던 것이다.

* 월인석보: 1459년(세조 5)에 세조가 세종이 지은 '월인천강지곡'을 본문으로 하고 자신이 지은 '석보상절'을 설명 부분으로 하여 합편한 책

'사람이나 사물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비상한 힘과 괴상한 재주를 가져서
사람을 홀리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하는 헛 것'

이는 한국 도깨비에 대한 설명이지만, 문헌과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속 도깨비는 그 모습과 특징이 너무도 다양하다. 형태가 아예 없거나 사람, 괴물 같은 모습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형태로 전승된다. 도깨비는 하나의 고유한 존재를 지칭함은 물론 그에 비슷한 능력을 가진 존재까지도 통칭한다.

도깨비의 직접적인 기원은 신라의 '비형랑 설화'와 '방이 설화'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국유사' 진평왕조에는 비형이라는 도깨비 두목이 하룻밤 사이에 신원사 도량에 큰 다리를 놓아 귀교(鬼橋)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비형랑 설화'가 나온다. 경북 청송군 부남면 화장동에 가면 실제로 '도깨비다리'가 있다.)

민속학자들은 목신(木神) 숭배, 야장신(대장장이) 숭배, 용 숭배 같은 원시적인 귀신 숭배에 의해서 만들어졌지만, 이후에는 문명과 풍요의 신이 되어 숭배되는 복합적인 존재로 본다. 또한 번개, 화재, 홍수 등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의인화로 보기도 한다.

도깨비도 귀신이야?

도깨비는 한국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정령(精靈)·신(神)이다. 원시 신앙적인 귀신 사상에 의해 형성됐지만, 음귀(陰鬼·죽은 사람의 넋)로서의 귀신과는 다르다. 도깨비는 사람이 죽은 후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일상생활의 용구로 쓰다가 버린 물체에서 생성된다고 한다. 즉, 헌 빗자루·짚신·부지깽이·오래된 가구 등이 밤이 되면 도깨비로 변하여 나타나는데, 그 형체는 알 수 없으나 도깨비불이라는 원인불명의 불을 켜고 나타난다고 전해진다.

이처럼 괴이한 존재이지만, 다른 귀신과는 달리 의외로 인간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인간에게 씨름 내기를 걸어 골탕을 먹이거나, 집 안에 들어가 아이들의 신발을 숨기거나, 밤길에 갑자기 나타나 지나가는 이를 놀라게 하는 정도의 행동만 일으킨다. 장난기가 심해 사람을 현혹하고 희롱도 하지만, 잘 사귀면 신통력으로 금은보화를 가져다주는 등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한다.

알려져있는 도깨비의 성격

Ⅰ. 심술궂은 장난을 매우 즐긴다

예컨대, 장에 갔다 오는 사람에게 씨름을 청하여 하나뿐인 다리 때문에 자꾸 져도 끈질기게 덤비는 이야기라든지, 잔치가 벌어진 어느 집에 나타나 솥뚜껑을 솥 안에 우그러뜨리고 황소를 지붕 위에 올려놓았다는 이야기에서 도깨비의 심술과 장난을 알 수 있다.

Ⅱ. 꾀가 없고 미련하다

사람들은 도깨비의 미련함을 이용하여 재물을 얻거나 이득을 보기도 한다. 도토리를 깨물어 나는 소리를 집 무너지는 소리인 줄 알고 도망친 도깨비 이야기, 한번 돈을 꾸어주었더니 매일 저녁 꾼 돈을 가져와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 등은 이러한 예화다.

Ⅲ. 돈 갚을 줄 아는 윤리성 있다

꾼 돈 갚은 도깨비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비록 미련함과 건망증이 심한 도깨비이지만 빌린 돈을 갚을 줄 아는 윤리성이 있다는 특징이 있다. 도깨비가 실수를 깨닫고 화가 나서 사람이 싫어하는 일을 함으로써 심술을 부리려고 했지만, 영악한 인간에게 또 속아 넘어가는 순진함을 지니고 있다.

Ⅳ. 노래와 춤을 즐기고 놀이를 좋아한다

흥겨운 가무를 즐기며, 씨름과 놀이에 끈질기게 몰두한다. 제주도의 경우, 도깨비신인 영감은 돼지고기나 수수범벅, 그리고 소주 등을 즐겨 먹으며, 또한 해녀나 과부 등 미녀를 좋아하여 같이 살자고 따라붙어 병을 주거나 밤에 몰래 여자방을 드나들기도 한다.

[드라마 ‘도깨비’와 실제 ‘도깨비’의 차이는?]

한국인이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도깨비는 대개 다음과 같은 모습으로 한국 동화책이나 교과서에서 등장한다.

(왼쪽부터) 2007년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2016년 초등학교 영어 교과서, (오른쪽 3장의 사진)어린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도깨비의 이미지
도깨비 이미지 논란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이 도깨비의 모습이 일제 강점기 때 들어와 한국의 도깨비로 잘못 알려진 일본의 '오니(おに)'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일본의 조선 민족성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일본 고전과 민담을 한국의 것처럼 덮어씌웠다는 것이다.

도깨비 박사로 통하는 김종대 박사는 수년 동안 우리 참도깨비를 연구하고 있다. 박사는 도깨비의 제모습 찾기는 단순히 겉모양을 바로잡는 차원이 아니라고 말했다. 오니의 도깨비화는 초등학교 교과서를 매개로 한 일본문화침략의 한 상징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우리 고유의 문화원형을 소멸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화여대 인문학 연구원에서는 일본의 '오니'가 변형된 국적 불명의 도깨비를 벗어나 한국 고유의 도깨비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EBS에서는 한국의 도깨비는 머리에 뿔이 달려있지 않고, 피부도 붉지 않으며, 사람들에게 해를 주지 않는 존재라는 이야기를 '역사채널e' 프로그램을 통해 제시한 바 있다.

▼ 역사채널e '도깨비를 찾아라'

잘 알려진 동화 '혹부리 영감'도 일본 것

도깨비가 등장하는 동화라고 하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이 '혹부리 영감'일 것이다. 여기 등장하는 뿔이 있고 누더기를 걸쳤으며, 가시 돋친 방망이를 휘두르는 도깨비들은 사실 우리 도깨비가 아니다. 동화 자체가 일본에서 전래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혹부리 영감' 속 도깨비는 완벽한 일본 '오니'의 모습이다.

(왼쪽) 일본 교과서에 실린 '고부도리지이(こぶとりじい)', 조선 총독부 교과서에 실린 '혹부리 영감'
일본의 '오니', 중국의 '귀매'와 다르다

오니는 일본의 요괴로 민담과 향토신앙에 등장하는 악귀로, 1~2개의 뿔에 전신이 진흙투성이 등 여러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가시 돋친 방망이를 휘두르며 폭력적인 성격을 지녔고, 오니의 방망이는 일본의 무기인 '테츠보'(鉄棒·쇠몽둥이)에서 기원한 것으로, 생산의 상징인 우리 도깨비방망이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오니는 대표적으로 '모모타로 이야기', 슈텐 동자' 등의 민담에서 등장한다.

일본의 오니

성격이나 그 특성에서도 이들과 현격한 차이를 갖고 있다. 한국의 도깨비는 때로 심술궂기도 하지만 정겹고 해학적인 면이 강하며 전체적으로 악의가 없는 존재로서, 사람이 죽어서 변하는 중국의 귀매와도 분명하게 구별된다. 또한, 인간과 친근한 존재란 점에서 외국의 몬스터, 요괴와도 크게 다르다.

대체 어떻게 생겼어?

구비문학으로 내려오는 도깨비의 모습은 '키가 팔대장 같은 넘(놈), 커다란 엄두리 총각, 다리 밑에서 피래(패랭이) 씬(쓴) 넘, 밤에는 전신에 털이 난 털보' 등으로 그려져 있고, 도깨비는 '뿔이 있다, 외눈이다, 외다리다' 등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외관상으로 정형화된 모습은 없다. 성격과 이야기 내용에 따라 형상이 변하며, 비롯한 사물의 본 모양과 유사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우박 쏟아지는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돌 던지는 소리로도 존재했고 낫 도깨비, 망치 도깨비, 사발 도깨비, 종지 도깨비 등 일상 생활도구 안에서도 생명력을 지켜왔다. 또 토째비, 돛재비, 도채비, 또깨비 등 지방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흔적을 남겼다.

사는 곳은?

동굴 ·고가(古家) ·고목(古木) ·계곡 같은 곳에 모여 살다가 햇빛이 없는 밤에 나와 활동한다고 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도깨비 얼굴 무늬 기와(鬼面瓦), 앞과 옆면에 다양한 도깨비 형상이 조각돼 있는 강진사문안석조상, 다양한 문양과 형상을 새긴 후 구워서 만든 백제 때 벽돌인 '부여 외리 문양전 일괄'의 산수귀문전(상단부에 물결무늬의 구름위에 둥근 바위를 딛고 서 있는 도깨비 무늬다), 도깨비얼굴을 새겨놓은 '창경궁 옥천교', 표면에 도깨비상을 조각해 둔 '용성관석물'

[각시도깨비부터 외다리도깨비까지...한국 도깨비 종류]

관련 물건들 이야기

도깨비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며,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도깨비방망이와 쓴 사람을 투명하게 만드는 도깨비감투 설화가 대표적이다. 도깨비방망이에는 삶의 고달픔을 달래려는 민중의 한과 부(富)에 대한 욕망이 깃들어 있으며, 도깨비감투에서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해학을 엿볼 수 있다.

도깨비 하면 뿔이 나 있다는 이미지로 많은 사람이 알고 있지만, 뿔의 존재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일본의 오니가 뿔이 있고 한국의 도깨비는 뿔이 없다고 하는 연구가 있지만, 이에 대한 반박으로 원래 한국에서 전래되는 도깨비의 머리에도 뿔이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그 근거로, 옛날에 도깨비를 독각귀(獨角鬼 또는, 獨脚鬼)라고 불렀다는 설(독각귀는 외다리 귀신, 또는 외뿔귀신이라는 뜻)을 들고 있지만, 이 또한 확실치는 않다.

밤에 어른거리는 푸른 도깨비불을 보았다거나, 도깨비불에 홀려서 정신을 잃은 경험을 담은 민담(民譚)은 오늘까지 전해져온다. 여기엔 과학에서 말하는 인화설(燐火說)*이 가장 신빙성 있게 받아들여진다. 파란불이 커졌다가 여러 개로 나뉘는 도깨비불은 옛날 농경사회에서 사람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유발하였다. 도깨비불은 농경생활에서 발생하는 두려움과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식에서 태어난 영상이다.

* 인화설: 산에서 수천 년 동안 죽은 동물의 뼈에서 내는 인(燐)의 성분, 혹은 인을 함유한 지층에서 뿜어내는 인질이 공기 중에서 자연히 형성된 것이라는 설
(오른쪽)방송 캡처

도깨비는 자연물이나 사람이 쓰던 물건이 변하여 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밤길을 가다가 도깨비가 나타나 심술을 부리기에 칡덩굴로 묶어놓고 다음 날 가보았더니 헌 빗자루 하나가 묶여 있었다는 이야기나, 나그네가 밤길을 가다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깨어보니 부지깽이 하나를 안고 누워 있었다는 이야기가 그러한 예화다.

빗자루, 부지깽이

메밀묵은 도깨비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꼽히는데, 그 이유는 서민들의 구황작물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간신앙을 통해 재물신으로 여겨져 온 도깨비에게는 가난한 백성들의 삶이 그대로 투영되었다는 것이다.

(왼쪽) 메밀묵,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한 메밀꽃밭

도깨비가 말 피(특히 백마의 피) 등 동물의 피나, 붉은 색깔을 두려워하고 기피한다 하여, 동짓날에는 팥죽을 쒀서 집 주위에 뿌려 잡귀와 도깨비가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예부터 붉은색은 부정과 잡귀를 물리치는 마력이 있다고 믿었다.

오늘날까지 전해 내려오는 작자 미상의 동요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한 전래동요

['도깨비를 골탕 먹인 농부'의 등장인물은 왜 그랬을까?]

["언제 붙었지?" 도깨비처럼 따라다녀서 도깨비바늘]

[도깨비, 세상 밖으로 나오다]

■ 내용 참고
도깨비설화 연구 /김평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논문)
한국과 일본의 혹부리영감담 /김용의
깨비깨비 참도깨비 /김종대
역사채널e '도깨비를 찾아라' /EBS 역사채널e
 못된 도깨비 머리에 뿔난다 /경향신문(1998년10월15일자)
네오그라프 '한국의 도깨비'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