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와 별 인연이 없던 서른여섯 살 사내가 2004년 느닷없이 영어 학습법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영어를 무서워하던 딸이 더는 영어를 두려워하지 않게 하고 싶어서…"라고 했다. 무려 13년에 걸친 장기전 끝에 그가 마침내 '유레카'를 외쳤다. 내친김에 이를 딸뿐 아니라 학생·직장인들과도 공유하겠다며 영어 교육 콘텐츠(www.konglish.co.kr)로 제작해 최근 공개했다. 그는 "이는 영어를 못했던 저도 영어를 제법 할 수 있게 도와준 방법"이라며 "영어가 더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인공은 김대은(49) 스콜라 대표다.

김 대표의 연구는 치밀했다. 일단 언어학, 영어의 역사 등 다양한 교재를 통해 뿌리를 탐구하고 영어권 국가의 문화도 연구했다. 그는 "영어를 잘하려면 영어의 근본부터 이해하는 게 순서라고 여겼다"고 했다. 기초를 이해하자, 응용이 쉬워졌다. 김 대표는 "영어의 뿌리를 알고 난 뒤 영어를 익히니, 크게 어렵지 않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사람이 정보를 효과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시각이 80% 이상의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에 착안, 기호학까지 익혔다. 그림이나 구조화된 도식을 영어 학습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교육학, 교육심리학은 물론 한국어 역사도 함께 공부했다. 그는 "한국어·영어의 문장 구성 방식과 두 언어의 습득·사용 과정을 비교하면,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버거워하는 이유를 알 수 있고 또 어떻게 공부하는 게 효율적인지 알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영어는 명사 중심의 언어다. 명사와 또 다른 명사가 문장 내 핵심 의미를 갖는다는 얘기다. 동사는 단어와 단어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보조적인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I eat an apple'이라는 표현을 보면, 'I'와 'an apple'이 문장 내 핵심이고 동사 'eat'은 'I'와 'an apple'의 관계를 설명하는 정도로만 활용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영어 문장 구조의 기본 구성 원리는 단어와 또 다른 단어가 먼저 만들어지고, 이어 그 관계를 적절하게 설명하는 동사가 적용되는 형태"라며 "기본을 알고 꾸준한 학습을 통해 익숙해지면, 또 다른 문장 구조 구성 요소인 전치사구와 관련 문법 등을 활용해 확장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인이 영어 학습에 애를 먹었던 이유도 설명했다. "한국 사람들은 영어 문장 구조의 기본 구성 원리를 제대로 모른 채, 단어 암기 위주의 학습만 진행해 영어 실력 향상이 더뎠다고 볼 수 있어요. 영어 문장을 만들 때 한국어 문장 구성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려 했다는 점도 문제였죠. 영어는 명사 중심, 한국어는 동사 중심 언어입니다. 중시하는 품사 자체가 다르니, 당연히 문장 구성 순서도 달라져요. 문장을 굳이 단어로 쪼개 어렵게 이해하는 습관도 이해를 막는 주된 원인이죠. 영어 문장의 기본 구성 원리를 알고, 문장 구성 시 명사와 명사 간 관계를 동사로 설명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며, (문장을 단어로 쪼개지 않고) 단어 간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훈련을 하면 영어가 좀 더 쉬워질 거예요."

김 대표는 앞으로 영어 연구를 통해 익힌 방식을 다른 언어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그는 "영어를 근원적으로 이해하면서, 다른 언어도 충분히 이 같은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며 "차츰 중국어·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로 학습 콘텐츠 서비스 영역을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