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핵심사업이었다. 영남권 신공항. 대선공약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났다. 지난 6월의 일이다. 김해공항 인근 부동산은 “뜻밖의 호재”라며 반겼다. 실제로 사업 추진 이후부터 이곳 땅값은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이 부지 일부가 ‘학교법인 영남학원’ 소유라는 얘기가 들려왔다. 확장부지에 얽힌 숨은 이야기를 취재해봤다.
확장이 결정된 토지는 총 313만5,000㎡(94만8천3백37평)이다. 여의도 면적(290만㎡)보다 넓다. 기존 공항부지의 약 절반 크기가 더 생긴다. 박근혜정부는 확장면적에 해당되는 땅을 수용해 활주로 1본을 개설하고, 대형 국제선 터미널과 도로 등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부지는 정부의 발표대로 수용절차를 밟게 된다. 보상금을 받는다는 얘기다. 김해공항 확장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나면 사업 기본계획 수립, 실시설계 승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전문가들은 이 토지의 수용 보상비가 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상은 3년 후쯤 이뤄진다. 한편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는 2017년 1월에 발표된다.
영남학원이 대저동에 가진 땅은 약 1천 평이다. 대저2동 524-×(340㎡)부터 대저2동 524-×(380㎡), 대저2동 524-×(463㎡), 대저2동 524-×(519㎡), 대저2동 524-×(691㎡), 대저2동 524-×(1114㎡)까지다. 2016년 1월 기준, 이 1천 평 부지의 공시지가는 10억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소유자는 모두 학교법인 영남학원이다. 영남학원은 1967년부터 이 땅을 갖고 있었다.
대구 소재의 영남학원. 왜 부산에 땅을 가지고 있을까. 영남대의 설립배경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된다.
영남대학은 대구대와 청구대가 합쳐져 만들어졌다. 대구대는 경주 최부잣집의 후손으로 잘 알려진 독립운동가 최준 선생이 설립했다. 해방 이후 2세 교육에 뜻을 품고 1947년에 세웠다. 학교를 세우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제아무리 ‘최부잣집’이라도 혼자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설립자 최준의 장손 최염 씨는 설립 당시의 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에는 재벌이 없었습니다. 부자라고 하면 만석, 십만석 등 지주들이었지요. 할아버지의 전 재산에 더해, 대구 인근 지역 유지로부터 땅을 기부 받았습니다. 제 기억으로 5~6명 되는 지주들이 힘을 합쳐 백석, 이백석, 천석, 만석 이렇게 기부를 했습니다.”
때문에 당시 대구대 설립자 이름으로 총 5~6명이 함께 올라갔다. 벌써 70년 전의 일이다.
“그때 기부 받은 땅 중 일부가 지금의 대저동 부지입니다. 정확한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정해봉이라는 지주가 김해의 땅을 기부했었습니다.”
그렇게 몇몇 지주들이 힘을 모아 1947년 9월 22일 대구대를 설립한다. ‘재단법인 대구대학’이었다. 학생모집을 실시했고, 1950년대에 들어서는 지역 내 명문대학으로서 입지를 공고히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군사정권의 ‘대학정비사업’이 펼쳐졌다. 대구대도 피해 갈 수 없었다. 대구대와 청구대가 강제로 합병됐고, 박정희가 운영권을 갖게 됐다. 그렇게 1967년. ‘학교법인 영남학원’이 탄생했다. 자연히 기존의 모든 부동산들이 영남학원 소유가 됐다. 그중에 대저동 땅도 있다. 세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이 땅은 약 50년 뒤 공항 확장부지가 된다.
박근혜정부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김해공항 확장. 확장부지의 일부는 박정희 정권이 만든 영남학원 소유. 이 두 가지 ‘사실’ 사이엔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박근혜는 지난 1979년, 스물여덟 살의 나이로 영남대 재단 이사장이 됐다. 박근혜의 측근이자 최태민의 인척 또는 측근들로 이뤄진 ‘영남대 4인방’이 꾸려진다. 이후 함께 사학비리 등에 연루돼 사립학교로는 처음으로 국정감사를 받게 되고, 박근혜는 1988년 “영남대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하고 물러났다.
하지만 2016년인 지금도 몇몇 학교 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여전히 영남학원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학내 비리로 영남대에서 물러난 박 대통령은 1989년 이래 관선이사 체제로 운영하다 2009년 들어 학교법인의 과반 이사 추천권을 가진다. 이때 이사회 구성원 7명 중 4명을 박근혜 대통령이 추천했다. 나머지 3명은 ‘당연직’이다. 반 이상이 ‘박근혜 인사’라는 건 사실상 영향력이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12월 1일, 영남대학교 구성원들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더불어 재단(영남학원)에서도 손을 뗄 것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최염 씨는 이에 “본인은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이사회 구성 등 조직을 보면 아직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라면서 “영남학원은 100% 박근혜의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박근혜정부에서는 김해공항 확장을 추진하면서 이를 염두에 뒀을까. 최염 씨는 이에 대해서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 씨는 “그럴 가능성은 있다”면서 “최순실이 김해공항 확장에 개입했다면 그 가능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과연 대저동 땅까지 박근혜가 염두에 두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면서 “아마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근혜 정권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김해공항 확장사업의 미래 또한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정권 관계자는 “현 정부의 인프라 투자사업은 차기 정부의 ‘박근혜 색깔 지우기’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가능성이 생기면서 이른바 ‘박근혜표’ 정책·사업들도 퇴출 위기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순실이 가진 수천억 재산의 뿌리가 영남학원 부동산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최태민이 영남학원의 부동산을 처리한 것이 최씨 일가가 재산을 증축하는 씨앗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태민은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가난한 세입자였다고 알려졌다. 그런 그가 10년 만에 강남 땅부자로 변신해 나타났다.
최태민의 아들 최재석 씨는 최근 한 방송에서 “아버지가 구국봉사단 일을 맡고 몇 년 뒤 역삼동의 수백 평 저택으로 이사 가는 등 집안 형편이 확연히 달라졌다”고 증언했다. 최 씨는 또 “80년대, 아버지로부터 용돈 100만원을 받던 떨리는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고도 말했다. 이 방송에서는 영남대학교의 수상한 땅 거래 정황 또한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또, 최태민의 의붓아들 조순제가 10만 평이 넘는 영남대 소유의 땅을 헐값에 넘기고 리베이트를 챙겼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지난 12월 14일 기자는 최염 씨로부터 그와 같은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80년대 말, 영남대는 최준 선생이 설립 당시 학교에 기부한 경주 불국사 온천지구 부지와 울주 선산 10만 평의 땅을 팔았다.
“불국사 온천지구 땅(1만2천 평)은 온천이 나오는 지역이라 당시에도 시가가 100억원은 할 거라고 했는데, 11억원에 팔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계약서에는 ‘4억원’이라고 돼 있어요. 다운계약서를 쓴 거지요. 울주 선산에는 문중의 묘가 있던 터라, 팔렸다는 소리를 듣고 땅을 산 사람을 찾아갔습니다. 그 땅을 얼마 주고 샀느냐고 물었더니, ‘4억은 공적으로 주고 나머지는 뒷돈으로 줬다, 나머지는 비자금으로 해서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하더군요.”
최 씨는 “이상한 것은 다른 구매자보다 두 배의 값을 불렀는데도 나한테 팔지 않던 땅을 훨씬 싼값에 서둘러 팔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영남대학교와 관련된 자금 관리는 ‘영남투자금융’이라는 회사를 통해 이뤄졌다. 이곳의 자금 관리자는 최태민의 의붓아들 조순제다. 공교롭게도 매각 시기는 최순실 일가가 강남 일대의 부동산과 빌딩을 사들이기 시작한 시기와도 비슷했다.
“조순제는 이후 한나라당에 진정서를 내지요. 최씨 일가의 전횡을 고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중책을 맡아왔는데, 최태민이 후계자를 최순실로 지정하고 조순제가 벌어들인 수입을 최순실에게 돌렸기 때문이죠.”
확인 결과 대저2동 확장부지는 모두 ‘문화재보존영향 검토대상구역’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애초에 투자가치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리베이트 목적으로 접근하기에는 매력이 없었을 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