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정보] 단색화란?]

화가 김용익(69)은 이우환·정상화·박서보 등 1970~1980년대 활동한 단색화 작가들의 뒤를 잇는 '포스트 단색화' 작가의 대표 주자 중 하나다. 1970년대 천 주름을 사용한 평면 작품으로 화단에 입성한 그는 캔버스 위에 일정한 간격으로 원을 그려넣은 이른바 '땡땡이' 시리즈를 선보여 왔다.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개인전에는 1990년대 초 그린 '땡땡이' 시리즈를 재해석한 작품 30여 점이 전시됐다. '모더니즘의 묵시록' 등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눠 20여 년 전 그린 그림 위에 덧그리거나 비슷하게 그린 작업들을 내놨다. 1990년대 작품을 꺼내 꽃이나 잎사귀를 뭉개 바르거나 좋아하는 시를 즉흥적으로 휘갈긴 작품도 있다. 작가는 이런 방식을 '재전유(再專有)'라고 했다. 기존 작품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을 덧댔다는 뜻이다.

그의 이런 행위는 모더니즘에 대한 반기(反旗)다. 작가는 "흰 캔버스를 더럽히고 구멍을 뚫는 행위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모더니즘 미술에 '흠집' 내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전시장에 작품을 거는 방식에서도 이런 계산이 깔렸다. 그림을 벽 중앙에 걸지 않고 바닥에 거의 붙이거나 한쪽으로 치우치게 걸었다. 조명은 작품이 아니라 빈 벽을 비춘다. 그는 "하얀 전시장은 작품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도록 최적화된 '권력'의 공간이자 모더니즘이 추구하는 미학 구조를 상징한다"며 "이를 의도적으로 비틀었다"고 했다. 30일까지. (02)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