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국회 국정조사에서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현 주중 대사)이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10시) 대통령이 어디 계신지 몰라 최초 서면 보고서를 본관 집무실과 관저에 각각 한 부씩 보냈다"고 말했다. 대통령 소재가 정확하지 않을 때 통상 그렇게 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좌관(육군 중령)이 보고서를 들고 뛰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갔다"고 했다.

국가 안보 상황을 다루는 청와대 안보실장이 대통령이 어디 있는지 수행 비서들에게 물어보지도 못했다. 첫 서면 보고 후 보좌관이 "본관엔 안 계신 것 같다"고 하자 그다음부터는 "관저에 계시겠다고 스스로 확정해 문서는 계속 관저로 보냈다"는 것이다. 정말 믿기지 않는 얘기다.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 좌우에 비서실장·부통령·국가안보보좌관·대변인 방이 있고 위층엔 법률고문·경제보좌관·정치특보 등 보좌관들 사무실이 있다. 대통령이든 참모든 필요하면 서로의 방문을 밀고 들어가 수시로 의견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청와대는 관저, 본관, 비서동이 삼각형 형태로 500m쯤 떨어져 있다. 본관은 커다란 건물을 대통령 혼자만 쓰고 청와대 비서진 사무실은 비서동에 있다. 비서동에서 본관 또는 관저로 대통령을 찾아가려면 차를 불러 타고 가거나 도보로 15분쯤 걸어가야 한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든 청와대를 대통령과 참모들이 수시로 머리를 맞대고 국정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구조로 리모델링해야 한다.

그러나 구조를 바꾼다고 해도 박 대통령처럼 관저에서 잘 나오지도 않고 참모들을 만나지도 않으면 소용이 없다. 비서실장조차 대통령 얼굴을 1주일에 한 번도 못 보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이 정보통신 시대에 왜 내부 통신망을 이용해 보고할 수 없었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긴급한 보고서를 자전거 타고 가 보고하는가. 여기가 정말 대한민국 청와대 맞는가.

만약 연평도 포격과 같은 긴급 상황에 안보실장이 대통령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그것을 물어보지도 못하고, 자전거로 첫 보고서를 운송한다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는가. 박 대통령 청와대의 국정 실상이 드러날 때마다 충격을 금할 수 없다.